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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 게재 일자 : 2016년 12월 14일(水)
뿌리채소찜, 연근·마·감자·당근… ‘디톡스 군단’ 찜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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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채소인 연근과 감자, 당근 등을 주재료로 만들어낸 찜. 한겨울 뿌리채소는 이듬해 봄 싱싱한 새싹을 틔우기 위해 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2016년 마지막 계절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얼마 전에는 첫눈도 내렸다. 첫눈에는 많은 이들의 추억이 담겨있을 텐데, 내 추억 속 첫눈은 ‘어머니의 분주함’으로 기록되어 있다. 어머니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김장을 하고, 무청과 나물을 말리고 장아찌를 담갔다. 뒤뜰에 주렁주렁 달린 무청 위에 하얀 서리가 내렸다 마르길 반복하면 진짜 겨울이 왔다는 신호다. 그러면 어머니는 저장 음식 만들기를 부지런히 마무리 짓고 조청을 달이기 시작했다. 창밖에 첫눈이 내리던 날 집안 가득 풍기는 조청 달이는 냄새…. 그 향과 맛은 생생히 달콤한 기억으로 떠오른다. 그렇게 만든 조청은 겨우내 우리의 간식이 되었고, 설맞이 한과를 만드는 데 유용하게 쓰였다.

우리가 김장하고 무청을 말리며 막바지 겨울채비를 할 때, 동식물도 월동준비를 한다. 동물이 겨울잠을 잔다면 식물은 뿌리에 영양분을 저장하는 식이다. 식물이 영양분을 저장하는 것은 땅속에서 겨울을 건강하게 보내고 이듬해 봄 싱싱한 새싹을 틔우기 위함이다. 영양소가 응축된 식물의 뿌리는 사람에게도 이롭다. 우리는 겨울잠을 자지 않지만, 아무래도 추운 겨울엔 움츠리게 되고, 이에 따라 신진대사도 느려지게 마련이다. 다른 계절에 비해 채소와 과일 섭취도 줄어들기 때문에 겨울철 많은 영양소가 응축된 뿌리채소를 섭취하는 지혜로운 식습관이 자리 잡았다.

오늘은 얼마 전 대안 스님과 함께 갈라디너(특별한 만찬 행사)를 준비할 때 스님이 추천한 ‘뿌리채소찜’을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 몸은 채소를 많이 섭취해야 노폐물과 독소 배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면역력도 높아진다. 뿌리채소찜은 이 계절 가장 싱싱한 제철 채소를 자연 그대로 맛보게 해주는 음식이다.

어울리는 소스로는 ‘보리등겨장’을 추천한다. 보리등겨는 보리를 찧을 때 나온 속껍질을 일컫는다.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고, 항암효과도 있다고 알려진 보리등겨장은 보리농사를 짓는 지역에서 만들어 먹던 귀한 발효식품이다. 전통방식으로 만들자면 은은한 불에 한참을 굽고, 수개월 발효시키는 등 오랜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초보자가 쉽게 도전하기는 힘든 일, 보리등겨에 된장과 현미식초, 꿀 등을 잘 혼합하면 간단하게 만들어 비슷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겨울에도 생생한 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뿌리채소찜은 채소가 지닌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건강식이다. 연잎으로 알맞게 자른 채소를 싼 뒤 찜통에 쪄서 보리등겨장 소스를 찍어 먹는 음식인데 맛은 상상대로 채소가 본래 가진 맛 그대로다. 연잎의 향에 보리등겨장이 어우러져 새로운 미감을 제공한다. ‘뭐 이렇게 간단한 음식을 소개하나?’ 의구심이 들 수도 있지만, 매일 많은 양념과 긴 조리과정으로 재료 본연의 맛이 가려진 음식을 먹다 보면 의외로 이런 단순한 음식이 주는 ‘여백 깊은 맛’에서 큰 감동을 하기도 한다.

특히 연말을 맞아 기름진 음식, 맵고 짠 음식을 주로 먹은 날, 우리 가족 식사에 잠시 쉼표를 찍는 기분으로 한 번쯤 준비해 보자. 조리법에는 연근, 마, 당근, 감자 등 뿌리채소 외에 줄기채소인 고구마와 단호박, 밤, 은행 등의 열매와 산야초로 알려진 초석잠 등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모두 넣어도 좋지만 집에 있는 재료 한두 가지만 넣어도 된다.

마지막으로 지난 9월 갈라디너 행사 전 대안 스님이 낭독한 문구를 여러분께 소개한다. 식사란 자연과 사람이 교감하는 것, 만든 사람과 먹는 사람의 교감이며, 둘러앉아 함께 먹는 사람이 교감하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교감의 밥상/사랑하되 사랑하지 않습니다./미워하되 미워하지 않습니다./기억하되 기억하지 않습니다./주되 준 바가 없습니다./받되 받은 바도 없습니다. /교감은 아름답습니다. 집착에서 벗어난 교감을 우리는 익힙니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재료(2인분 기준)

연잎 1장, 연근 1/2개, 감자 1개, 고구마 1개, 마 1/3개, 당근 1/4개, 밤 4개, 은행 8알, 브로콜리 1/3송이, 초석잠 10개, 마씨 5개, 단호박 1/4개 소금 한 꼬집, 보리등겨장 소스(된장 3큰술, 현미식초 2큰술, 꿀 1큰술, 조청 1큰술, 설탕 1/2큰술, 올리브유 1큰술, 보리등겨 1/4작은술)

만드는 법

1 연근은 깨끗하게 손질한 후 0.7㎝ 두께로 먹기 좋게 자른다.

2 감자, 고구마, 마, 당근, 단호박은 깨끗하게 손질한 후 1㎝ 두께로 자른다.

3 은행은 프라이팬에 볶은 후 키친타월로 비벼서 속껍질을 벗긴다.

4 세척한 연잎을 펼치고 위의 손질한 재료들을 모두 담은 다음 소금 한 꼬집을 고루 뿌려 밑간을 한다.

5 찜통에 4를 넣고 김이 오르면 10분간 찐다. 마지막 30초 남았을 때 연잎을 살짝 열고 브로콜리를 넣는다(그래야 아삭한 식감이 좋다).

6 보리등겨장 재료를 분량대로 잘 섞어 둔다.

7 5의 뿌리채소찜은 연잎과 함께 접시에 담아내고, 작은 그릇에 보리등겨장을 담아낸다.

조리 Tip

1 뿌리채소찜에 들어가는 뿌리의 재료는 냉장에 남아있는 채소를 이용하면 된다.

2 브로콜리는 30초 정도만 쪄야 아삭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

3 채소를 꽃 모양으로 자르거나 다양한 캐릭터 모양의 틀 등으로 찍어 모양을 내면 아이들과 함께 먹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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