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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약차 동의보감 게재 일자 : 2016년 12월 14일(水)
고추, 속 덥혀주고 막힌 기운 뚫어줘… 과다섭취땐 소화불량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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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우리는 흔히 인생을 맛에 비유하곤 한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사람은 ‘인생의 단맛 쓴맛 다 보았다’고 얘기하고, 인색한 사람을 보고 ‘짜다’고 표현한다. 그만큼 맛이라는 것은 복잡한 우리 인생의 여러 면면을 단편적이지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느낌으로 잘 표현해준다. 그렇다면 요즘 현대인들의 삶을 한 가지 맛으로 정의해본다면 무슨 맛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마도 무미(無味)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맛’이라는 자극이 약해지고 단순해졌다기보다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감각 자체가 무뎌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 ‘마음이 있지 않으면,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고, 듣고 있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는 말처럼 목적(心) 없이 반복되는 무의미한 일상은 우리의 오감을 점점 더 무디게 만든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사람들이 일차적으로 느끼게 되는 반응은 ‘답답함’이다. 예로 청각이 무뎌지면 의사소통이 잘 안 되므로 제일 먼저 ‘사람 참 답답하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처럼 만약 ‘사는 맛’이 무미하고 단조롭다면 쉽게 답답함을 느끼게 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새롭고 강렬한 자극을 추구하게 된다.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벌이’를 원하면서 재벌 같은 화끈한 ‘소비’를 추구하는 트렌드 또한 무미건조한 일상을 방증하는 예다.

미각이 둔해지면 일차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소화기계통의 증상들이다. 미각은 섭취하는 음식에 대한 정보를 일차적으로 받아들이며 신호전달을 통해 몸이 쉽게 소화흡수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새콤한 과일을 떠올리면 입안에 침이 고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각이 무뎌지게 되면 음식에 대한 적절한 소화 작용이 더뎌지므로 속이 답답하고 더부룩하게 된다. 이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향이 강하고 매운맛을 지닌 향신료들이다. 향신료가 지닌 방향성과 매운맛은 울체된 기운을 일시적으로 소통시켜 답답함을 풀어주며 속을 편하게 해준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대표적인 향신료로 고추를 꼽을 수 있다. 무침부터 국, 조림 등 다양한 한식에 사용되어 전통적인 우리 식재료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실은 임진왜란 이후에 식용되었으며 그 역사가 후추보다도 더 짧다. 고추라는 말은 ‘고초(苦椒)’에서 유래된 것으로 쓴맛이 나는 ‘초(椒)’라는 의미이다. 초가 들어간 향신료인 산초, 초피(제피), 호초(후추)와 같이 고추는 속을 따뜻하게 덥혀주거나(溫裏) 울체된 기운을 소통시켜주는(行氣) 용도로 사용한다.

고추를 먹으면 일시적으로 체온이 올라가고 생리체계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예로부터 초기 감기에 민간요법으로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 먹기도 했다. 고추의 매운맛은 식물이 각종 미생물이나 해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피토케미컬(phytochemical)의 일종인 캡사이신에서부터 나오는데, 이는 교감신경을 흥분하게 하여 일시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려 주며, 매운맛(통증자극)을 중화시키기 위한 엔도르핀을 분비되게 하므로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듯이 향신료의 매운맛을 지나치게 또는 장기간 복용하게 되면 오히려 미각을 더욱 무디게 만들고 체내 수분을 말려 만성적인 소화불량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향에 의한 과한 자극은 호흡기 기능을 불안정하게 해 오히려 면역기능을 떨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 무미건조한 일상에 가끔씩 환기는 꼭 필요하지만 그런 자극과 재미에 맛들이게 되면 정작 중요한 것들은 놓치게 되는 것처럼, 매운맛에 탐닉하다 보면 자칫 미각과 관련된 생리체계가 더욱 마비될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것이 좋다.

혹 고추와 같이 지나치게 매운 음식을 먹고 탈이 나게 된 경우에는 검정콩이나 대추를 끓인 물을 복용하면 중독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강진우 차서레시피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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