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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Her Story 게재 일자 : 2016년 12월 14일(水)
“신지애·김하늘, 친구이자 자극제… 슬럼프 청야니 ‘반면교사’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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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보미가 지난 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신도시에 있는 이보미 스크린 골프장에서 자신의 기사가 실린 일본 신문을 살펴보고 있다. 수원 = 신창섭 기자 bluesky@
‘JLPGA 투어 4관왕’ 프로골퍼 이보미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온 이보미(28)는 내년 목표도 일찌감치 세워놓았다. 이보미는 “물론 상금왕 3연패를 달성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게 목표는 아니다”라며 “올해 이루지 못한 60대 시즌 평균타수 달성과 메이저대회 우승을 내년엔 꼭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이보미는 올해 JLPGA투어에서 평균 타수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라운드당 70.0922타로 지난해(70.1914타)보다 한결 좋아졌다. 이보미가 2년 연속 최저타를 남긴 건 쇼트게임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보미는 올해 지난해(7승)보다 적은 5승을 거뒀으면서도 상금왕을 지켰다. 스스로 상금왕 2연패의 결정적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훨씬 더 좋아진 쇼트게임 실력을 꼽는다. 이보미는 “동계훈련에서, 또 대회가 끝날 때마다 쇼트게임 연습에 매진해 왔고 그 덕분에 버디 기회는 살리고 보기 위기를 파로 막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1년에 두 차례나 웨지를 교환할 만큼 연습량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보미는 올해 JLPGA투어 상금왕, 다승왕, 대상, 평균타수 1위를 휩쓸었다. 최고의 시즌을 보낸 이보미는 특히 지난해 일본 남녀프로골프 사상 역대 최고상금을 돌파했고, JLPGA투어 상금왕 2연패를 이뤘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지구 한 상가건물 내 ‘이보미 스크린 골프장’이 있다. 이 연습장은 이보미가 상금 및 광고 출연료를 모아 건물의 3개 층을 사들여 조성한 곳이다. 지난 2일 JLPGA투어 정규 시즌을 마치고 잠시 귀국한 이보미를 이곳에서 만났다. 이보미는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 탓에 쉴 틈이 없었다. 이보미는 “남들은 ‘겨울방학’이라고 하지만, 난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더욱 바쁘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JLPGA 홈페이지는 이보미의 얼굴로 ‘도배’됐다. 이보미는 “JLPGA 홈페이지에선 개인 타이틀마다 1위 선수 사진을 게재하는데, 온통 내 얼굴”이라며 “그걸 볼 때 기분이 가장 좋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이보미가 2년 동안 일본에서 번 상금은 40억 원이 넘는다. 이보미는 올해 시즌 5승과 함께 11경기 연속 톱5 진입, 사상 첫 2년 연속 3관왕 달성 등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이보미는 “올 시즌은 100% 만족한다”고 자평했다.

이보미를 공식 후원하는 기업(스폰서)은 14개나 된다. 일본 선수들이 부러워하는 초특급 대우의 호사를 누리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보미앓이’ 중이다. 깜찍한 외모에다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어 상품성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이보미의 매니저 이주원 씨는 “후원하겠다는 일본 기업들이 여전히 줄을 서고 있다”며 “내년엔 후원 기업이 3∼4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원기업들로부터 받는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후원사들로부터의 가욋돈만 올해 상금 수입을 훨씬 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걸어 다니는 광고판’에 비유할 수 있다.

이보미의 인기 비결은 셀 수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미소가 으뜸으로 꼽힌다. ‘스마일 캔디’라는 별칭처럼 이보미는 성적에 상관없이 늘 생글생글 웃고 다닌다. 스마일 캔디는 만화주인공 캐릭터처럼 깜찍한 외모에 늘 웃고 다닌다 해서 팬들이 지어준 이름이다. 이보미는 “아버지를 닮아 너무 잘 웃고, 그래서 ‘푼수’처럼 보이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며 “하지만 웃으면 긍정의 마인드가 넘실거려 참 좋다”고 말했다. ‘천진난만’한 이보미 특유의 미소는 JLPGA투어에서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일본에서는 인터넷 클릭 수로 선수의 인기도를 가늠한다. 이보미의 SNS ‘팔로어’는 9만 명이 넘고, 이 중 일본 팬이 절반이 넘는단다.

지난해 일본 골프사에 이정표를 남겼기에 올해는 부담감이 있었다. 힘들게 올랐던 1인자 자리를 지키려다 보니 올 시즌 전반엔 초조함에 사로잡혔다. 쫓기는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이보미는 “올라가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걸 절감했다”며 “냉정해지려고 해도 어느 순간 조급해지는 나 자신의 모습에 놀라기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7승을 거둔 이보미는 올해 전반기엔 겨우 1승에 그쳤다. 일본 언론과 팬들은 이보미가 슬럼프에 빠졌다고 받아들였다. 이보미는 지난 3월 시즌 2번째 대회인 요코하마 타이어 레이디스 토너먼트 PRGR 컵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그 뒤 10개 대회에서 우승컵을 보태지 못했다. 우승 이후 치른 10개 대회에서 4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었지만 팬들의 ‘눈높이’엔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보미는 저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6월 어스·몬다 민 컵, 그리고 8월 메이지 컵과 캣 레이디스에서 잇따라 정상에 올랐고 11월 이토엔 레이디스를 제패하며 5승을 채웠다. 이보미는 시즌 중반 디펜딩대회와 메이저대회 출전으로 스케줄이 꼬인 탓에 8주 연속 쉬지 못하는 강행군을 펼쳤고, 올해 출전한 28개 대회에서 톱10에 21차례나 들면서 “역시, 이보미!”라는 찬사를 받았다.

일본에서 탄탄대로를 질주할 수 있는 성공 요인을 물었더니, 이보미에게서 “팀워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보미는 “엄마, 캐디, 트레이너, 매니저가 한마음으로 내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 덕분”이라며 “특히 4년째 함께해 온 캐디 시미즈 시게노리와는 단 한 번도 의견이 다른 적이 없었고, 다툰 적이 없을 만큼 유난히 호흡이 잘 맞는다”고 자랑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8월과 9월은 기억하기조차 싫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나가지 못하자 목표 의식이 흐릿해졌고, 몸과 마음이 다 지쳤다.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갈 듯, 위태위태하던 이보미를 지탱한 건 ‘조직력’이었다. 이보미는 “지난여름 체력적으로, 정서적으로 힘에 겨웠지만 엄마, 캐디, 트레이너, 매니저 등과 대화를 나누면서 극복했다”고 귀띔했다.

특히 조범수 코치의 조언은 이보미에겐 보약이었다. 조 코치는 이보미에게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라”고 말하면서 한때 1인자였지만 지금은 깊은 부진의 터널에서 헤매고 있는 청야니(대만)의 사례를 전해줬다. 조 코치는 ‘청야니가 모든 샷을 완벽하게 구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는 내용의 일본 신문 기사까지 보여줬다. 이보미는 “스스로는 5위 안에만 들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1위가 아니면 사람들이 ‘이보미, 왜 저렇게 못 해’라고 여기지 않을까 두려웠던 적도 있었다”며 “(조 코치의 조언대로) 마음을 고쳐먹으니 한결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보미는 “팬들도 성적보다는 코스에서 웃으며 플레이하는 모습이 더 좋다고 응원해줬고, 그런 말을 들으니 힘이 났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건너온 경쟁자이자 친구들도 이보미에게 동기를 부여했다. 신지애와 김하늘은 주니어시절부터 경쟁해온 ‘88년생’ 동갑내기다. 신지애는 시즌 막판까지 이보미와 상금왕 경쟁을, 시즌 2승을 거둔 김하늘은 이보미와 우승경쟁을 펼치며 이보미를 긴장케 했다. 이보미는 “두 친구는 올 시즌 너무 잘했기에 좋은 자극제가 됐다”며 “두 친구가 없었다면 내 성적은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일본에 진출한 이보미는 이제 일본어에 능숙하다. 물론 처음에는 애를 먹었다. 저돌적으로 부딪힌 게 일본어 습득의 지름길이었다. 이보미는 “되든 안 되든 일본어로 말하려고 했다”며 “처음엔 서툴러도 다들 기특하게 봐줬다”고 설명했다. 일본어의 반말과 존댓말을 구분하지 못해 ‘오락가락’했지만, 위축되기는커녕 더 자주 말하고자 하니 3년쯤 지나 입이 트였다. 이보미는 외국 진출을 염두에 둔 후배들에게 “언어는 되든 안 되든 계속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며 “골프보다 언어에 적응하는 게 더 까다롭지만,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언어 장벽을 넘을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고비를 넘겨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이보미지만, 아쉬운 점은 있었다. 메이저대회 부진과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 불발. 이보미는 올해 7주, 8주 연속 대회 출전이 잦았고 정작 메이저대회 준비를 하기도 전에 지쳐버렸다. 시즌 초반 우승 횟수가 적어 세계랭킹을 끌어 올리지 못해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 이보미는 벌써 4년 뒤를 내다보고 있다. 이보미는 “올해는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기에 4년 뒤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꼭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약속했다.

이보미는 흰색을 좋아한다. 가끔 ‘시크’하게 보이려고 블랙 톤의 골프 웨어를 입고 싶어 한다. 하지만 ‘코디’ 담당인 어머니 이화자 씨와 마찰을 빚는다. 어머니는 필드와 어울리는 빨강, 노랑 등 원색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보미는 그럴 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옷과 어머니가 추천하는 옷을 번갈아 입는 것으로 타협하고 있다.

이보미도 내년이면 이제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된다. 여자 나이 서른 살이면 몸에 변화가 온다는 얘기가 있다. 이보미는 “올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은퇴와 결혼에 관한 것”이라며 “벌써 이렇게 됐나 싶을 정도로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고 운을 띄웠다. 이보미는 “이지희(37), 전미정(34), 강수연(40) 등 일본에서 활약하는 언니들과 올해 한국에서 우승한 홍진주(33), 안시현(32) 언니는 존경스러운 분들”이라며 “내가 은퇴를 입에 담는 건 죄송스러운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아직 은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 이보미는 “서른 살이 되려니 새로운 출발선에 선 느낌”이라며 “지금부터 비거리가 줄어들지 않도록 해야 하고, 비거리가 줄면 쇼트게임에서 만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인터뷰 내내 곁을 지키고 있던 어머니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이보미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이보미는 “결혼은 왜 해야 되는 거죠?”라고 물으면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나도 고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하게 되면 당장 포기해야 하는 게 많아지기 때문이라는 게 이보미가 내세우는 결혼 ‘거부’의 이유다. 이보미는 “솔직히 성격상 골프와 결혼 생활을 다 잘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래서 당분간은 골프에 전념하고 결혼은 나중에 고려해볼 작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보미는 미국의 주부 골퍼 줄리 잉크스터(56)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잉크스터가 골프와 결혼 생활을 병행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50세를 넘기고도 현역으로 ‘롱런’하는 성실함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이보미는 인터뷰하고 이틀 뒤 일본으로 돌아갔다. 각종 시상식과 후원 기업 행사, 그리고 이벤트대회인 3투어 챌린지에 참가해 시즌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년 1월엔 미국으로 건너가 동계훈련에 돌입한다. 이보미는 전지훈련지로 애용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린 뒤 3월부터 2017시즌에 돌입한다.

인터뷰 = 최명식 부장 (체육부) mschoi@munhwa.com
e-mail 최명식 기자 / 체육부 / 부장 최명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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