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이름표와 꼬리표 사이

방송인 김구라 씨 부자(父子)를 바라보는 네티즌의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김 씨의 아들 김동현 군이 최근 인하대학교 연극영화과 수시 전형에 합격하고, ‘2016 한류힙합문화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은 것에 대한 반발이죠. 일명 ‘금수저 논란’이 불거진 겁니다.

김구라 씨 입장에서는 아들이 자신의 모교에 입학하게 됐으니 더없이 기뻐도, 이를 드러내기 곤란한 상황입니다. 연예계와 이를 둘러싼 대중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김 씨는 종합편성채널 채널A 리얼리티 프로그램 ‘아빠본색’에서 이렇게 말했죠. “오늘은 부모로서 되게 기쁜 날인데, 다른 때에 비해 조심스러웠다. 동현이가 아빠 때문에 수월하게 방송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부분을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순 없지만 노력한 사람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시선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독설가’ 김구라가 아니라 ‘아빠’ 김구라의 애정이 담긴 조언이었습니다.

이는 대중 앞에 서는 것을 업(業)으로 삼는 연예인 가족들의 공통된 고민입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하고, 간혹 구설에 오르면 연좌제처럼 온 가족이 지탄받기도 하죠.

연예 활동을 통해 쌓은 내공을 인정받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운동에 매진하던 체육인이 체대에 수시 입학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 말이죠. 상대적으로 연예 활동은 ‘전문직’으로 인정하지 않는삐딱한 시선이 깔려있는 것입니다.

현재 김동현 군에게는 ‘김구라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습니다. 이는 부자의 인연처럼 떼어낼 수 없죠. 하지만 뒤에 붙는 꼬리표를 달리 활용할 수는 있습니다. 이 꼬리표를 가슴팍으로 옮겨 단다면 ‘이름표’가 되죠.

예를 들어 배우 하정우 씨는 한때 ‘김용건의 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자기 영역에서 정상에 올라서며 김용건 씨가 오히려 ‘하정우의 아빠’라 불리게 됐죠. 이후 하정우 씨는 아버지가 출연하는 MBC ‘나 혼자 산다’에 특별출연해 아버지를 흐뭇하게 만들었습니다. 꼬리표가 이름표가 되는 순간이었죠.

아빠 김구라는 “이런 시선 또한 우리의 몫이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다독였고 아들 김동현은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 변명하기보다는 학교 열심히 다니면서 행동으로 보여드리는 게 맞는 거 같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제 대중이 답할 차례죠. 무작정 금수저 논란을 부추기는 것보다는 김동현 군이 온전히 두 발로 설 수 있는지 지켜본 후에 비판의 날을 세워도 늦지 않을 겁니다. 훗날 김구라 씨가 ‘김동현의 아빠’라는 자랑스러운 이름표를 다는 날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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