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병신년’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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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2016년 일본 사회를 상징하는 한자는 돈과 황금을 뜻하는 ‘金(금)’이다.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선전한 선수들의 금메달,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금발과 부호 이미지 등도 겹쳤다는 설명이다. 대만에서는 괴롭다는 의미의 ‘苦(고)’가 선택됐다. 올해 유독 자연재해가 이어졌고,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정부 출범 후 양안 관계가 악화하면서 관광 관련 산업이 크게 타격을 받은 것이 선정 배경으로 드러나 있다. 미국의 경우는‘제노포비아’였다. 이방인이라는 의미의 ‘제노’(Xeno)와 혐오를 의미하는 ‘포비아’(Phobia)가 합성된 말. 외국인 또는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을 혐오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선 취업포털 ‘사람인’이 아무리 구해도 일자리를 얻지 못한다는 뜻의 ‘구지부득(求之不得)’과, 먹고사는 일을 걱정한다는 뜻의 ‘구복지루(口腹之累)’를 뽑았다. 팍팍한 현실과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 애쓰는 고달픈 샐러리맨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난국을 타개하려는 의지가 담긴 사자성어도 눈에 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 사자성어는 ‘파부침주(破釜沈舟)’다. 전쟁에서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이다. 즉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는 비장한 결의를 내포하고 있다. 내년에도 경영 환경 악화가 전망되지만, 필사의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교수신문이 지난해 말 선정했던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였다. 무능한 군주로 인해 세상이 어지럽다는 의미다. 촛불집회와 탄핵정국을 맞은 올해 한 번 더 뽑아도 될 법하다. 2017년에는 고진감래(苦盡甘來) 등과 같은 희망의 메시지가 듬뿍 담긴 말이 뽑히길 기대한다.

‘병신년’인 올해도 2주 남짓 남았다. 갑오년-을미년-병신년이 이어지는데, 2갑자(120년) 이전 조선 말기 국정이 어지러울 때 백성 사이에선 ‘갑오세(甲午歲) 가보세, 을미(乙未)적거리다 병신(丙申) 되면 못 가리’라는 말이 유행했다. 2016년 국민 심정도 얼마나 다를까. 이러다 병신년 징크스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누구를 탓하기는 어렵다. 내년을 올해보다 나아지게 하려면 국민 스스로 정신 차리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