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법무장관 ‘空席 해소’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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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차장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들로부터 774억 원을 반강제로 거둬 만든 미르·K스포츠재단의 관리를 최순실 씨에게 맡기고, 최 씨의 이권을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영업사원인 양 나서 대기업에 광고·납품·인사 청탁 등을 해치우며, 국무총리·국가정보원장·검찰총장·장차관 등의 인사안과 각종 안보·외교정보를 최 씨에게 사전에 넘겨 ‘컨펌’을 받는 등 상상하기 어려운 여러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국회에서 탄핵돼 지난 9일 오후 7시3분부터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다.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 권한을 스스로 사인에게 넘겨 ‘최순실-박근혜 공동정권’ ‘박순실(또는 최순혜) 정권’을 만들어 놓고도 박 대통령은 ‘최순실에게 속았다’ ‘아무 사심 없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만 일했다’는 등 여전히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모습을 보여 국민의 억장을 무너지게 한다.

박 대통령이 억울하다는 입장인 만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퇴할 생각은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황교안 총리는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돼 박 대통령이 쫓겨난 뒤에도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2개월 뒤까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혹시 탄핵안이 부결돼도 엽기적인 죄상과 무능력이 낱낱이 공개돼 지지율이 바닥인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 약속을 깨기 어려운 만큼 황 권한대행의 임기는 6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비교적 길게 갈 대통령 대행체제에서 법무부 장관의 임명이 시급해 보인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의와 촛불시위 등 중차대한 시국에 법질서를 확립하고, 탄핵 또는 대통령 사퇴 이후 조기 대선을 관리해야 할 법무장관을 상당 기간 공석으로 두고 차관 대행체제로 갈 순 없기 때문이다. 김현웅 법무장관이 제출한 사표가 지난달 28일 수리된 후 이창재 차관이 장관을 대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도 대행이고, 법무장관도 대행인 이중 대행으로 가도 될 정도로 한가한 시국이 아니다. 그렇다고 황 총리가 검사 인사권과 검찰 지휘권을 가진 법무장관을 단독으로 임명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다.

황 총리는 하루빨리 국회와 협의해 야당이 거부하지 않을 인사를 법무장관으로 임명, 대대적인 검사 인사 등 검찰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예년에 비춰 지금쯤 부장검사급 이상 검찰 간부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인사 손때가 묻은 현 체제를 인사 시한까지 넘겨 차기 대통령이 나올 때까지 최대 6∼7개월 더 끌고 가선 안 된다. 대대적인 검사 인사를 통해 진경준·홍만표 전 검사장, 우병우·최순실 사건을 거치면서 만신창이가 된 검찰 조직의 분위기를 일신해줘야 한다. 왜 검찰이 초기에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 수사에 엉덩이를 빼고,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우병우 전 수석 수사에 소극적으로 임했을까. 자신들의 목숨을 쥔 대통령과 실세들의 의중과 달리 제대로 수사했다가는 다음 인사 때 승진을 못 하거나 한직으로 좌천될 게 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아닐까. 죄를 보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달려드는 검사가 요직에 등용됐으면 최순실 국정농단 같은 사태는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중립적이고 개혁적인 법무장관 임명을 통한 일대 검찰 쇄신 인사가 시급한 이유다. sdg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