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1023) 49장 제3제국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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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중 양국 정부가 추진해왔던 정상회담 일정이 밝혀졌다. 서동수가 미국, 일본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지 열흘 만에 다시 중국과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것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증거이기도 했으므로 언론은 연일 정상회담 내용에 대한 추측기사를 쏟아내었다. 베이징으로 출발하기 전날 밤 서동수가 평양 대통령 집무실에서 역사학자 고상호와 마주 앉아 있다. 서동수 좌우에 이번 정상회담에 참석할 안보특보 안종관과 외교장관 유춘식이 앉았다.

오후 5시 반, 서동수는 자주 경제학자, 역사학자 또는 기업인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는다. 어떤 때는 불쑥 서울이나 평양 시내로 밀행해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서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다. 보고도 대면 보고를 선호해서 장관이나 정책 입안자 이야기를 직접 듣고 묻는다. 서면보고는 얼마든지 꾸며낼 수가 있다는 것이 서동수 생각이다. 대면해서 보고자와 이야기를 하려면 머릿속에 든 것이 있어야 가능한 법이다. 서동수는 그 수준에 맞추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모르면 묻고, 또 물었다. 지금 고상호를 부른 것도 그런 맥락이다. 고상호가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이 남북한 통일이 되고 한랜드로 이어지면서 가장 불안감을 느끼게 된 국가는 중국입니다.”

고상호는 60대 중반으로 중국에서 오래 공부했고 역사연구회 회장이기도 하다.

“한반도와 중국은 떼어놓을 수가 없는 관계입니다. 중국이 기를 쓰고 남북한 통일을 막으려고 했던 것도 체제 위협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정당한 자위책이었던 것입니다.”

고상호가 말을 이었다.

“이제 남북한 통일과 함께 한랜드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이 제3제국을 표방하자 중국은 동북3성을 걸고 대한민국과 승부를 걸었습니다. 실로 중국다운 행동이고 불가피한 결단이었습니다.”

서동수가 심호흡을 했다. 중국은 동북3성과 한랜드의 무비자, 무관세 정책을 선포하면서 ‘공동경제발전’을 대내외적으로 표명했다. 맞는 말이다. ‘국경 없는 경제발전’이라는 선전도 잘 어울렸다. 그때 서동수가 물었다.

“중국의 향후 대한(對韓)정책은 어떠하리라고 보십니까?”

“중국의 인구는 14억에 육박합니다. 미국은 3억, 러시아는 1억5000만 정도입니다, 각하.”

남북한은 7500만이다. 고상호가 말을 이었다.

“중국은 한랜드로 중국인을 대거 이주시킬 것입니다. 신의주 특구에도 중국인 이주가 계속되겠지요. 이것은 이미 시작되었고 막기에는 늦었습니다.”

“…….”

“한랜드에 중국인 비율이 80% 이상이 되는 것은 금방입니다.”

그때 안종관이 나섰다.

“5년 후라고 예측되고 있습니다.”

“신의주에는 이미 중국인이 40%를 차지하고 있지요. 그곳도 5년쯤 후에는…….”

다시 안종관이 말했다.

“5년 후에 신의주의 중국인 비율이 65%가 될 것입니다.”

그때 머리를 든 고상호가 서동수를 보았다.

“각하, 몽골은 10만의 기마군으로 중국 대륙을, 그리고 세계의 절반을 정복했습니다. 인구가 200만 명이었던 여진은 청(淸) 왕조를 세워 중국 대륙을 지배했지요.”

고상호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중국은 다민족 국가입니다. 시 주석이 고구려 후손인지도 모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