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 Story >李이사장은… “‘憲’ 이름대로 法과 운명적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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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이회창 법조 후원회 활동

“어렸을 때부터 ‘넌 이름 때문에라도 법조인이 되어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헌법’과 같은 헌 자를 이름에 쓴다는 이헌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은 “친척 중에 오랫동안 사법시험을 준비했는데 안 된 사람이 있어서 법조인이 되고 싶지는 않았는데, 결국 저 말이 속으로 다져져서 그런지 이렇게 됐네요”라며 웃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유신헌법이 폐지되고 새로운 헌법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공청회가 열렸는데, 그 공청회에 참석한 헌법학자들이 어찌나 말을 잘하고 멋있던지 ‘법이 괜찮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내 안에 ‘헌법’이 잠재돼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죠.”

1980년 신군부의 등장으로 숱하게 데모를 하며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때 ‘공장도 군대도 싫었던’ 이 이사장은 사법시험에 도전했다. 당시 사귀고 있던 현재의 부인인 여자친구를 책임져야겠다는 생각도 사시 도전을 선택하는데 한몫했다.

“그 당시 우연히 고등학교 선배를 만나 서울대 78학번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게 됐어요. 같이 사법시험 공부를 하게 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그중 한 사람이 최근 사임한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이고, 또 한 명은 지금 법원행정처 차장인 임종헌 판사예요.”

사시 합격 후 ‘칼잡이’는 못 하겠다고 생각한 이 이사장은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다. “군 법무관 시절 피조사자가 앉아 있는데, 그렇게 마음이 쓰일 수가 없더라고요. 이런 마음으로 검사는 할 수 없겠다 싶어 판사를 하고 싶었으나, 성적이 부족해 변호사 개업을 하게 됐죠.”

그렇게 변호사를 개업하며 만나게 된 사람이 이 이사장이 ‘내 인생의 스승’이라고 부르는 안동일 변호사와 김정규 변호사다. “안 변호사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가장 존경하는 법조인’이라고 얘기하는 분이에요. 그런 분들을 만나 제가 여기까지 이르게 됐을 정도로 그분들이 저에게 주신 게 매우 크죠.”

이 이사장이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을 만들게 된 것도 안·김 변호사와의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2002년 이 전 총재를 위한 법조 후원회의 젊은 총무단을 맡게 되면서 시변의 전신인 부국팀을 꾸리게 됐어요. 이 전 총재는 낙선했지만, 이후 노무현정부의 4대 악법(과거사법·신문법·사학법·국가보안법 개정) 추진을 보며 부국팀 소속 500명 변호사와 현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 독자적으로 활동했던 분들이 힘을 모아 시변을 만들었죠.” 그는 시변 활동에 대해 “역사적 사명의식을 갖고 일을 추진했고, 기대 이상의 반향과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 활동 등으로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섰을 때 이 이사장의 중심을 잡아준 것은 가족이었다. “처와 외동아들이 ‘측근’ 역할을 해 주고 있죠. 처는 신문 칼럼이나 중요 사건의 소장·준비서면 등을 검토하고, 시변 명단 정리 작업을 도와준 동료입니다. 아들은 청년들의 의견을 전달해 주고 있죠. 가족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