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비겁한 지도자와 국민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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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전국부 부장

한 공무원이 있다. 그의 하루 24시간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언제 갑자기 터질지 모르는 각종 재난과 안전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단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4년 현재의 자리에 취임한 이후 경기 성남시 분당의 자택에 한 번도 가지 못했다고 한다. 줄곧 서울 광화문에 있는 비상대기 요원 숙소에서 자고 먹는다. 외부인과의 저녁 식사를 피하고, 아내가 일주일에 한두 번 해서 갖다 주는 반찬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지난 5일 취임 2주년을 맞은 그는 “공무원이 철두철미하게 안전의 최일선을 지켜야 한다”며 “임기가 끝나는 날 아침까지도 상황보고를 받겠다”고 말하곤 한다. 해군 대장 출신의 국민안전처 초대 장관 박인용 씨의 얘기다.

얼마 전 측근을 통해 들은 박 장관의 얘기를 지면을 통해 소개하는 건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나와서 저 혼자 살겠다면서 몸을 사리고 책임을 떠넘기는 일군의 치사한 이들의 언행과 너무나 대비돼서다. 천하를 손에 쥔 것처럼 국민을 얕보고,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력을 등에 업고 전횡을 일삼던 시절을 벌써 잊은 걸까. 청문회 출석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비겁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불쾌하다.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어 죄가 없다”는 최 씨나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한 건 전체의 1%가 안 되니 나는 죄가 없다”는 대통령의 ‘오리발 내밀기’는 국민의 답답한 가슴에다 무수한 발길질을 해댄다.

박 장관의 경우를 잘 짚어보면 적어도 공직자라면 어떠한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보인다. 국민의 안전과 행복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지고 있는 두 지도자의 대비되는 모습을 보면서 또 한 명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배에 갇혀 있는 304명의 목숨을 나 몰라라 하고 내뺐던 선장이다. 대한민국의 안전을 보위해야 하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와 세월호의 안전을 끝까지 지켜야 했던 선장. 그들은 대한민국이 진흙탕에 빠지든, 배가 뒤집히든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한다. 변명도 구구하기 짝이 없다. 배를 직접 몰지 않았기에, 사건 당사자들과 직접 공모하지 않아서 잘못이 없다고 한다. 그들에게 잘못이 없다면 나라가 망하고 배가 뒤집힌 억울함을 어디 가서 하소연해야 할까. 진정한 지도자라면 지난 2009년 성탄절에 발생한 노스웨스트 항공기 폭파테러 기도사건과 관련해 “제가 남 탓을 할 수 없는 까닭은 제가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나라와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라고 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언 의미를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나라가 망하는 데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 무능한 지도자를 둔 국민도 불행하지만, 비겁한 지도자를 둔 국민은 더욱 불행하다. 역사 속의 위대한 지도자들은 중요한 정책 결정을 내릴 때 항상 자신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분명했다. 자신의 안위나 욕심을 위해 다수를 희생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한 나라의 리더가 돼선 안 된다. 난세에 차기 지도자를 꿈꾸는 잠룡이라면 이러한 자격에 부합하는지 겸허하게 자신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y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