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潘 “병든 보수의 메시아 안돼”… 보수신당·제3지대 연대 모색

‘반기문 변수’ 정국 전망

“정치는 혼자 하는것 아니다”
기성 정치권과 연대 내비쳐
親朴·親文 결합 가능성 낮아
潘총장을 ‘빅 텐트’로 하는
‘헤쳐모여’ 창당 시나리오도
‘킹메이커’ 김무성 역할 주목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1일(한국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 특파원단과의 고별 기자회견을 통해 차기 대권 도전 의지를 분명히 함에 따라 차기 대선 정치지형의 급변이 예상된다. 반기문 카드는 이미 잠재적 변수로 대선 구도에 반영돼왔지만 출마가 사실상 공식화되자 여야 정치권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이날 새누리당 비박계가 집단탈당을 선언하면서 차기 대선 구도는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날 대권과 관련해 반 총장이 언급한 주목할 만한 내용은 두 가지. 하나는 “10년 동안 유엔 총장을 역임하면서 배우고 보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그 어느 때보다 대권 도전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 다른 하나는 “정치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라는 말을 통해 귀국 후 다양한 방식과 수위의 정치적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물론 반 총장이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와 손잡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친박으로부터 오랫동안 러브 콜을 받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핵 이후 ‘병든 보수의 메시아가 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굳히고 있기 때문이다. 반 총장 측 기류를 잘 알고 있는 여권의 한 중진 인사는 “세력 기반이 없는 반 총장이 대권에 도전하려면 특정 세력과의 연대가 요구되지만 현재 친박으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 내 중립지대에서 반 총장의 영입을 위해 노력해온 정진석 전 원내대표 역시 이런 맥락에서 탈당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원내대표는 전화통화에서 “명분 없이는 움직이지 않겠지만 좌파의 집권을 막기 위해, 선거를 통한 보수의 대반격을 하기 위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반 총장이 더불어민주당과 정치적 미래를 나눌 가능성도 희박하다. 민주당은 이미 패권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폐쇄성이 강한 친문(친문재인)계가 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데다 친문 측이 반 총장을 ‘배신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의 귀국 후 행보와 관련, 새누리당 탈당파를 중심으로 한 ‘보수신당’ 그룹과의 연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및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제3지대’ 그룹과의 연대, 반 총장을 ‘빅 텐트’로 하는 ‘헤쳐 모여’ 식 독자창당 등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탈당파가 세를 불리면서 보수진영의 본류로 부상하고 그 텐트 내에서 반 총장을 포함한 범보수 및 중도 후보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현재 바닥을 기고 있는 보수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방식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역할도 관심을 끈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