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울리는 ‘당일 알바’ 모집업체들, 한시간 걸려 현장 갔더니 “필요없다”

필요인원보다 초과모집하고
“사람 많으니 돌아가라” 퇴짜

연말을 맞아 생활비 한 푼이 아쉬운 청년들이 송년회, 공연, 컨벤션 등 ‘당일치기’ 행사 현장 진행요원 아르바이트에 지원하지만, 모집 업체들이 무작정 진행 요원을 필요 인원보다 많이 뽑아놓고 막상 행사 당일에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왔다”며 일방적으로 돌려보내고 있어 청년들을 허탈케 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고 기뻐하던 청년들은 모집업체에서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실정이다.

대학생 강모(27) 씨는 최근 서울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기업체 연말 사내행사 보조 진행요원 모집공고에 지원했다. 강 씨는 전날 담당자와 통화한 뒤 약속대로 현장을 찾았지만, 담당자가 “이미 사람들이 많이 왔으니 돌아가라”고 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강 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서울·경기 일대 당일 아르바이트에 지원하는데, 한 시간 걸려 도착한 곳에서 허탕을 치고 돌아와도 하소연할 곳조차 없다”며 “당일 아르바이트에 근로계약서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지만, 사과나 양해를 구하는 말 정도는 있어야지 않으냐”고 토로했다. 공무원시험 준비생 김모(29) 씨는 서울의 한 지역센터에서 주최한 공연 진행요원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 김 씨가 도착하자 주최 측 관계자는 “자, 여기까지 남고 돌아가세요”라며 5명을 현장에서 돌려보냈다. 김 씨는 “나는 다행히 진행요원에 포함됐지만, 생활비를 마련하러 찾아온 청년들에게 너무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은 인력 대행업체에서 처음부터 필요 인력보다 많은 사람을 모집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대행업체는 행사 주최 측과 계약한 인원보다 한 명이라도 적으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므로 통상 필요 인력의 120%를 모집한다. 모집 인원 전원이 현장에 나오면 일부는 일감을 받지 못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행업체 관계자는 “당일·단기 아르바이트를 급하게 모집하다 보니 참가 인원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게 우선이고, 한 명이라도 부족하면 행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간 청년 입장에서는 노력과 시간 등 잃는 게 너무 많다”며 “출근도 노동의 일부인 만큼, 업체에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때 청년들을 보호할 수 있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윤·송유근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