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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6년 12월 28일(水)
빛과 암흑물질 계산까지… ‘촛불’ 세는 다양한 과학적 접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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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 김연아 기자 yuna@

김범준의 과학 이야기 (21) 광화문집회 참가자數 세기

시작은 원병묵 성균관대 교수였다. 원 교수는 3차 촛불집회 다음 날인 11월 13일 누리 소통망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경찰 측 추산 참가 인원 26만 명과 주최 측 추산 인원 100만 명을 비교하면서 그 차이의 두 가지 원인을 진단했다. 경찰이 계산에 이용하는 집회 참가자의 밀도(3.3㎡ 안에 있는 사람 수)가 실제보다 적다는 점, 그리고 경찰은 한순간에 광장에 있는 사람의 수를 세는 반면 주최 측은 당일 집회에 다녀간 모든 사람을 센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한 집회 참가자 수를 계산할 때는 광장에 오래 머무는 ‘고정인구’ 못지않게 끊임없이 드나드는 ‘유동인구’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집회 참가자가 평균 2시간을 머물다 떠난다고 가정하고 경찰에서 이용하는 밀도보다 좀 더 현실적인 밀도를 이용하면 주최 측의 추산과 비슷한 100만 명 정도의 집회 참가 인원을 추정할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원 교수의 페이스북 글은 언론에도 소개돼 큰 관심을 끌었다.

부산대 김상욱 교수의 11월 15일 칼럼이 뒤를 이었다. 김 교수는 3차 집회 때의 군중 점유 면적과 3.3㎡ 안에 10명 정도의 밀도를 가정하면 순간 최대 참가 인원이 38만 명으로, 경찰이 추산한 26만 명보다 분명히 많다고 이야기했다. 또 6시간의 집회 지속 시간 중 참가자의 절반은 계속 머문 것으로, 나머지 절반은 3시간 정도 머물렀다고 가정해 57만 명을 총 집회 참가 인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김재광 카이스트 교수도 뒤를 이었다. 11월 16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서울시에서 발표한 지하철 이용객 수를 활용한 추산을 발표했다. 김재광 교수는 집회 당일 광화문 인근 지하철역 하차객 86만 명 중 토요일 평균 하차객 34만 명을 뺀 52만 명을 지하철 이용 집회 참가자 수로 하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집회에 온 참가자의 비율을 40%로 계산해 총 참가자 수를 83만 명 정도로 추산했다. 원병묵, 김상욱, 김재광 세 교수의 공통된 결론은 3차 촛불집회에는 경찰이 추산한 26만 명보다 훨씬 많은 60만~100만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는 것이었다.



하루하루 이어지던 과학자들의 개별적 관심이 모여 함께 토론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11월 18일 한 방송사로부터 다양한 과학적인 방법으로 11월 26일 5차 촛불집회 참가자 수를 계산해 보자는 제안이 와서 관심을 가진 여러 과학자와 함께 온라인토론방을 만들었다. 원병묵, 김상욱, 김재광 교수를 포함해 경희대 권영균 교수, 서울시립대 박인규 교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이강환 관장, 고등과학원 황호성 교수, 서울대 장원철·이준환 교수, 고려대 류홍서 교수, 소백산천문대 성언창 박사 등이 활발한 온라인 토론을 진행했고, 서울대 홍성욱 교수도 함께했다.

촛불집회 참가자 수를 과학적으로 추정하는 일이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박인규 교수의 11월 22일 페이스북 글이었다. 박 교수는 집회 당시의 사진 안에 있는 촛불의 수를 직접 세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단 몇 시간 만에 완성해 토론방의 모든 과학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촛불을 들지 않아 사진에 보이지 않는 사람을 물리학 용어인 암흑물질(전자기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직접 관찰되지는 않지만 질량을 가지는 물질)이라 재미있게 부르면서 촛불집회의 암흑물질 비율(촛불을 든 사람과 들지 않은 사람의 비율)을 잠실경기장의 크기와 수용인원을 고려해 추산하기도 했다. 박 교수가 제시한 3차 촛불집회의 최대 순간 참여자는 50만~70만 명인데, 유동인구를 고려하면 집회 측이 발표한 100만 명과 부합하는 결과라 할 수 있었다. 같은 날 원병묵 교수는 다시 페이스북을 통해 유동인구가 차지하는 면적이 전체 집회 면적의 10%에 불과하더라도 이들이 일정한 유속으로 끊임없이 유입된다고 가정하면, 전체 집회 참가자 수에 유동인구가 기여하는 부분이 무려 고정인구의 3배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즉, 3차 촛불집회의 순간 참여 인원이 경찰이 추산한 26만 명이 맞다 하더라도 유동인구를 고려하면 총 참가자 수가 100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11월 24일에는 토론방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권석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가 셀룰러 오토마타라는 컴퓨터 시늉내기 기법을 이용해 긴급 상황 시의 광화문광장 탈출경로를 페이스북에 제시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박인규, 원병묵 교수의 집회 참가자 수의 과학적 추정은 한동안 언론과 방송에 매일같이 소개되며 대중의 큰 관심을 끌었다. 심지어 11월 25일에는 해외 언론에도 소개됐다.



함께 촛불집회 참가자를 추산해 보기로 한 방송사는 5차 집회 때 현장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하철 출구에서의 설문조사를 통해서는 하차객 중 집회 참가자 비율을, 집회 장소에서의 설문조사를 통해서는 집회 참가자 중 지하철 이용 비율을 얻고자 했던 것이다. 5차 집회 다음 날인 11월 27일, 드디어 방송사로부터 설문조사 자료와 집회 당일 여러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들이 이메일로 도착했고, 토론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이를 공유해 각자의 방법으로 참가자 수를 추산하기 시작했다.



먼저,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권영균 교수는 지하철 하차 인원 중 집회 참가자 비율 92.3%, 집회 참가자 중 지하철 이용 비율 77.5%를 구한 후, 두 수치와 서울시에서 제공한 광화문 인근 12개 지하철역 하차객 수 75만 명을 이용해 5차 집회 참가자 수를 90만 명으로 추산했다. 나는 권 교수와 같은 방법에 서울시의 평상시 지하철 수송 분담률과 평상시 하차객 수의 정보도 함께 이용해 집회 참가자 수의 하한으로 53만 명, 상한으로 180만 명을 제시했다. 류홍서 교수는 집회 시작 전후, 지하철 하차객 중 집회에 참가할 목적으로 온 사람의 비율이 다를 것이라는 합리적인 요인을 반영한 계산을 거쳐 집회 참가 인원을 56만~63만 명으로 추산했다. 사실 이 수치는 당일 지하철 수송 분담률의 오차 가능성으로 인해 충분히 더 늘어날 수도 있는 값이다. 원병묵 교수는 집회 군중 점유 면적으로 17만㎡를 이용하고 류 교수가 방송사 설문조사를 통해 추정한 평균 체류시간 3시간을 이용해 참가자 수의 상한으로 132만 명을, 같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장원철 교수가 제공한 체류시간의 분포를 이용해 하한 79만 명을 추정했다. 추정된 평균 체류시간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5차 촛불집회 때 유동인구는 고정인구보다 비슷하거나 혹은 두 배 정도 많았다는 것도 원 교수의 계산으로 알 수 있었다.



방송사에서 제공한 여러 장소에서 촬영한 집회 사진을 분석하는 일은 박인규 교수의 몫이었다. 본인이 직접 만든 프로그램을 활용해 촛불을 든 사람의 숫자를 세고 지도의 정보를 이용해 면적을 계산한 다음, 조사된 암흑물질 비율을 이용해 순간 참가 인원 약 43만 명을 얻고 유동인구를 반영해 총 참가 인원 86만~129만 명의 추산 결과를 제시했다. 카메라의 각도에 따라 가려지는 촛불의 숫자, 화면 해상도 문제로 분리되지 않는 촛불의 숫자 등도 합리적으로 고려해 반영한 수치다. 박 교수의 결과에 대해 성언창 박사는 집회 참가자들이 촛불을 높이 들 때와 낮게 들 때의 사진을 비교하면 촛불의 밀도가 많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는데, 이를 반영하면 박 교수의 추산은 더 상향될 수도 있다. 성 박사는 또 2008년 6월 10일 광우병 관련 촛불집회 때에 이미 박 교수의 방법처럼 촛불의 숫자를 직접 사진에서 세보려는 시도가 일부 있었다고 알려 왔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던 광화문광장의 촛불집회 참가자 수를 과학적으로 추정해 보는 작은 프로젝트는 이제 마무리됐다. 같은 문제라도 여럿이 함께하면 얼마든지 다양한 과학적 방법론이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내부에서 진행됐던 가끔은 격렬한, 대개는 즐거운 토론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방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5차 촛불집회의 전체 참가자 수는 경찰이 발표한 27만 명보다는 상당히 많아서 50만 명보다 적었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0)에 가깝다는 것이 참여한 과학자들의 일치된 결론이었다. 물론 집회 주최 측에서 발표한 150만 명보다 더 많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130만 명을 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숫자 하나가 아닌 추정치의 범위를 제시하는 일이었다. 오차 범위가 너무 커서 명확한 숫자로 좁혀 이야기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 여러 과학자와 함께한 1주일 동안의 촛불세기 공동 프로젝트처럼, 우리 사회 현실의 문제에 더 많은 과학자가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문화일보 11월 23일자 26면 20회 참조)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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