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이적 ‘울려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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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내 이름은 적입니다. 피리 적(笛)입니다. 나는 피리 부는 사나이이고 싶습니다.’ 본명이 이동준인 싱어송라이터 이적(42)은 2005년 판타지 소설 ‘지문 사냥꾼’을 펴내며 이렇게 밝혔다. 2인조 그룹 패닉 일원으로 1995년 가요계에 공식 데뷔하기 직전이던 서울대 사회학과 4학년 재학 중에 지은 자기 예명을 풀이한 셈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록그룹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을 처음 듣고 받았던 정서적 충격을 뒤돌아보며 만들어 불러, 2007년 내놓은 솔로 3집 앨범 ‘나무로 만든 노래’에 수록한 ‘노래’에 그 의미를 더 자세히 표현했다. ‘문도 없는 벽에 부딪혀 무릎 꿇으려 했을 때／ 손 내밀어 일으킨 건 결국 내 맘 속 노래야／ 노래는 꿈을 꿀 수 있게 해줬고／ 노래는 다시 힘을 내게 해줬고／ 노래는 독약 같은 세상에 더럽혀졌던 혈관까지／ 짜릿하게 뚫어주었지’ 하고.

작사·작곡·노래에 두루 역량이 뛰어난 그는 ‘음악성·문학성·대중성을 겸비한 대한민국 대표 감성(感性) 뮤지션’ ‘발라드부터 록까지 폭넓게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한 엘리트 아티스트’ 등으로 일컬어진다. 그의 노래가 이끄는 정서로는 ‘교감·위로·치유’가 꼽힌다. ‘거친 바람 속에도 젖은 지붕 밑에도／ 홀로 내팽개쳐져 있지 않다는 게／ 지친 하루살이와 고된 살아남기가／ 행여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는 게／ 언제나 나의 곁을 지켜주던／ 그대라는 놀라운 사람 때문이라는 거’ 하는 노래 ‘다행이다’도 그중 하나다. ‘어쩌면 우리 둘은 오래전부터／ 이 세상에 던져지기 전부터／ 서로 떨고 있는／ 작은 두 손 깍지 낀 채로／ 지켜주길 다짐했던 것 같아’ 하는 ‘깍지’도 그렇다. ‘달팽이’ ‘무대’ ‘소년’ ‘그땐 그랬지’ ‘하늘을 달리다’ ‘같이 걸을까’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UFO’ ‘고독의 의미’ 등도 마찬가지다.

인순이가 2007년 다시 불러 더 널리 알려진 ‘거위의 꿈’ 또한 그가 김동률과 그룹 카니발을 결성해 1997년에 발표했던 노래로, 이적 작사·김동률 작곡이다. “우리 모두 음악을 통해 많은 것을 공감·공유하고, 서로 등을 두드려주면 좋겠다”며 지난 11월 시작한 이적의 전국 순회 콘서트 ‘울려퍼지다’가 오는 31일 부산 벡스코 무대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공연 현장이 아니라도 어디서든 그의 ‘피리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세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