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냐 탈당이냐… 새누리 비례대표들의 비애

출당 아닌 탈당땐 의원직 잃어
신당, 새누리에 출당 적극 요구
새누리는 “누구 좋으라고…”

개혁보수신당(가칭)행을 바라는 새누리당 비례대표들이 잔류냐, 탈당이냐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탈당해 보수신당으로 가면 국회의원 배지를 떼야 하고, 배지를 유지하려면 싫어도 당에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수신당 측은 “비례대표를 풀어주면 당장 10명이 넘어올 것”이라고 새누리당에 요구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누구 좋아하라고 출당시키느냐”며 출당을 원하는 비례대표들이 아무리 골칫거리라 하더라도 출당은 없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의원이 김현아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21일 탈당 결의에 동참했지만 27일 집단 탈당 행렬에 동참하지 못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192조 4항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의 합당·해산·제명 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하면 의원직 상실에 처한다’는 규정에 따라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기 때문이다. 기존 새누리당이 해산하거나 신당과 합당할 가능성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김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한 채 보수신당으로 가는 방법은 ‘출당’밖에 없다. ‘셀프 출당’을 요구하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이러한 김 의원의 활동이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당적을 가진 김 의원의 신당 참여 활동으로 인해 중도 성향 의원들이 동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중 플레이를 하는 김 의원을 해당 행위로 징계할 수 있지만, 신당 의석수만 늘려주게 될 수 있는 만큼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당은 적극적으로 김 의원의 출당을 새누리당에 요구할 방침이다. 신당 관계자는 “국회 현안들을 놓고 새누리당과 협상을 하면서 김 의원의 출당을 요구조건으로 내걸 수 있다”고 했다. 일단 김 의원이 출당조치가 이뤄지면, 이를 계기로 비박 중도성향 의원들이 줄지어 탈당할 가능성도 있다. 신당에 참여하는 한 의원은 “새누리당이 비례대표들을 출당시켜주면 10명 이상이 (신당으로) 넘어올 수 있다”고 했다.

김윤희·윤정아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