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장관 ‘폭로전’…‘탄핵 예감’ 朴정책 뒤집기

유진룡·류길재, 폭로·하야주장
靑 속수무책… 탄핵국면 무력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심리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정권 내부에서 정권 말기나 정권 교체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들이 속출하고 있다.

장관을 포함한 박근혜정부의 전·현직 고위공직자들이 위기에 빠진 박 대통령과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기존 입장을 바꿔 주요 핵심 국정과제가 좌초하는 등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안팎에선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이 나오기도 전에 정권이 좌초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만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데다 수석들도 내놓고 정부 부처에 지시를 하거나 협의를 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어서 답답함만 토로하고 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27일 문화일보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 해체라는)중요한 정부 조직 개편 문제를 내각 국무위원들과 한마디 상의도 하지 않고 혼자 결정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자신이) 문제를 제기하자 박 대통령이 크게 역정을 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모든 사람의 얘기를 다 들으라는 거냐”는 박 대통령의 발언도 전했다.

박근혜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2년간 재임했던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도 지난 6일 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물러나야 할 사람이 물러나는 것이 순리인데. 시민들이 무슨 큰 죄를 저질렀기에 벌써 여섯 번씩이나 광장으로 나가는가”라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기도 했다.

박근혜정부의 주요 정책들도 뒤집힐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날 교육부가 발표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 철회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탄핵안 가결 이후 주요 정부 부처들이 사실상 청와대의 통제권 밖으로 벗어났다”면서 “이미 둑이 무너진 만큼 내년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창조경제 사업, 노동개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일간 위안부 협상,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도 뒤집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유력 관계자는 28일 통화에서 “본인들은 독립운동이라도 하는 기분일지 모르지만 그런 태도가 바로 경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는 “박 대통령의 시대가 이미 끝났고, 헌재가 머지않아 대통령 탄핵을 결정한다고 보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