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者 감소·政敎유착 논란… 풍랑 휩쓸린 ‘믿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주최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국민주권시대를 여는 시국기도회’에서 개신교 성직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16 종교계 결산

뚜렷해진 ‘脫종교화’에 고민
현각스님 비판에 자성 목소리
종교계 복지시설 비리 의혹도
‘朴 탄핵’엔 종교계 한 목소리

정치·사회가 요동쳤던 2016년에 종교계도 적지 않은 풍랑을 겪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촉발된 변화의 바람은 종교계에도 예외 없이 불었고, 종교가 한국사회 개혁에 한목소리를 낸 모습은 이전엔 보기 어려웠다. 대다수 종교가 ‘탈(脫)종교사회’와 고령화에 따른 신자감소를 겪으며 미래를 고민했고,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로 인해 인공지능(AI) 시대에 대한 담론이 종교계에 번지기도 했다. 미국인 출신 현각 스님의 ‘한국불교와 인연을 끊겠다’는 선언은 한국 종교 전반의 자성을 요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최순실 사건에서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보수·진보의 구분 없이 종교계가 “대통령 즉각 퇴진”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은 주목할 만하다. 개신교의 경우 진보 성향 개신교 교단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물론이고 보수 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까지 입장을 같이했다. 이번 사태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최태민의 전력에 영세교 등 사교(邪敎)가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보수적인 종교인·신자들조차 등을 돌렸고, 이는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4%로 추락하는 계기로 분석돼 종교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했다. 일부 종교 지도층의 정권과의 유착과 국민 세금으로 나가는 과도하고 차별적인 종교 지원금의 관행도 앞으로는 여론의 눈치를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불교를 떠난다고 선언한 현각 스님(왼쪽). 대구시립희망원의 원생과 진상조사를 이끈 국민의당 정중규 비상대책위원.(오른쪽) 연합뉴스

연말을 앞두고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는 한국사회가 ‘탈종교사회’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로 관심을 모았다. ‘종교가 있는 인구’가 10년 사이 9.0%포인트나 감소해 전체의 절반 이하(43.9%)로 처음 떨어졌다. 무엇보다 무종교 비율이 20대 64.9%, 10대 62.0% 순이어서 한국사회의 ‘탈종교화’는 급속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다. 개신교가 120만 명 증가로 1위 종교가 됐지만, 인구증감으로 보면 사실상 정체로 분석되고, 불교 인구의 약 300만 명 감소와 천주교의 115만 명 감소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올 3월 열린 구글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인간계 최고수’ 이세돌 9단과 맞붙어 4승 1패의 완승을 하면서 종교계도 AI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했다. 개신교와 불교에서 각종 세미나 등이 열리며 AI 시대의 신앙, 종교의 종말 등의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하버드대 출신 미국인 스님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현각 스님이 지난 7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망한 한국불교와 인연을 끊겠다”고 밝혀 논란을 불렀다. 그는 ‘주한 외국 스님들은 조계종의 데코레이션’ ‘기복=$(돈)’ 등 비판을 쏟아냈다. 종교학자들은 현각 스님의 지적이 불교에 국한하지 않고 상명하복식 관습, 국적·남녀 차별, 신도 무시, 기복신앙 등 한국 사회와 종교 전반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불교뿐 아니라 타 종교에서도 논란이 오래 지속했다.

조계종에서 총무원장의 직선제 선출에 대한 출가자·재가신도의 바람이 거셌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출제도 혁신을 위한 100인 대중공사에서 참가자의 61%가 직선제를 선호했고, 1000여 스님을 대상으로 한 조계종의 조사에서는 직선제 찬성이 80.5%에 달했다. 그러나 중앙종회에서 이 안건을 차기 임시회로 이월하며 실현은 불투명해졌다. 국내 종교 중 가장 많은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천주교는 대구시립희망원의 인권 유린 실태 및 비리의혹이 폭로되며 곤욕을 치렀다. 국가가 감당하지 못하는 사회복지시설을 보조금을 주며 종교계에 위탁해온 관행 자체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