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에 100억 기부, 先親 뜻 받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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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다함께 잘살아야 잘사는 것”
평창올림픽 후원에도 힘 써

“기업 여건이 어렵지만 후배들이 공부에만 힘을 쏟을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성기학(69·사진) 영원무역 회장은 27일 ‘서울대학교 우석경제관’(가칭) 건립기금으로 사재(私財)를 털어 100억 원을 기부하며 이같이 밝혔다. 성 회장은 “후배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학제간 융합연구에 매진하고, 연구의 깊이를 더해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정신적 유산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고 기부를 결심했다. 성 회장의 아버지 성재경 선생은 경남 창녕에서 양파 재배기술을 보급하고, 지역 농민들이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농촌소득 증대에 힘쓴 인물이다. 성 회장은 “아버지는 나라가 가난하고 힘들 때일수록 주변을 생각하고 ‘함께 잘 사는 방법’을 고민하셨다”며 “단지 말씀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셨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아버지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제게 감사인사를 건네곤 했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아버지의 호 ‘우석(愚石)’을 딴 건물 건립에 거액을 기부하며 그의 가르침을 기리고자 한다.

서울대 무역학과 66학번인 성 회장은 장학금도 꾸준히 지원하며 모교 사랑을 실천해왔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후배들도 나중에 자신들이 받은 혜택만큼 다시 베푸는 ‘선순환’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회장은 “장학금 수혜자 중 최근 다시 모교에 장학금을 기부하는 후배도 있다고 들었는데, 제가 말한 바를 실천하는 ‘학습효과’가 나타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미소 지었다. 그는 장학금 외에도 아시아연구소 건립기금, 글로벌사회봉사단 프로그램 지원금, 노스페이스 학술기금 등 30억 원을 서울대에 기부해왔다.

성 회장은 1974년 영원무역을 창업해 세계적 전문기업으로 키워냈다. 최근엔 기업 차원에서 의류 기부, 문화예술·스포츠 프로그램 지원과 함께 2018 평창동계올림픽 후원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나만 잘된다고 좋은 게 아니라, 내 주변이 함께 잘 돼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도울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