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이다 >5년째 ‘희소병’과 싸우며 소설가 데뷔한 배우 신동욱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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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은 얼음 같아 녹기 마련… 모든 분께 희망을 전합니다”

“사는 게 고달프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호소하며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자탄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립니다. 그러나 눈 덮인 겨울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희망은 언제나 고통의 언덕 너머에서 기다린다고 합니다. 문화일보는 ‘그래도 희망이다’를 통해 삶의 끝자락에서 좌절하지 않고,내일의 희망을 키워가고 있는 이웃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할 계획입니다.
“저처럼 아픈 사람들이 삶을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렇게 시련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었어요.”

배우 신동욱(35·사진)은 한 번도 글을 써본 적이 없는 자신이 소설책을 내게 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2011년 군 복무 당시 희소병인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그는 최근 장편소설 ‘씁니다, 우주일지’(다산책방)를 펴냈다.

2003년 KBS 공채 탤런트 20기로 데뷔한 그는 ‘슬픔이여 안녕’ ‘소울 메이트’ ‘쩐의 전쟁’ ‘별을 따다줘’ 등의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활동하며 스타로 발돋움했다. 2010년 현역으로 입대한 그는 훈련 도중 쓰러진 후 CRPS라는 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크리스마스날에 통보를 받고 5분 동안 막막했다”며 “하지만 바로 정신을 차리고, 치료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좀 긍정적인 성격이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이어 “2007년에 허리를 다쳐 척추협착증 진단을 받았다”며 “그 진단서를 제출하면 군에 안 갈 수도 있었지만 ‘군에 입대해 여러분을 지켜드리겠다’고 한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진단서를 내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가 의병 제대를 한 것도 CRPS가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척추협착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나로 인해 군 생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생길까봐 만기 전역을 하기 위해 군의관님의 도움을 받아가며 열심히 치료했다”면서 “하지만 CRPS를 계기로 건강검진을 받던 중 척추협착증이 알려져 제대하게 됐다”고 밝혔다.

CRPS는 발병 부위에 찬 기운이 들거나 옷깃만 스쳐도 엄청난 통증을 느끼게 되는 질환이다. 그는 “왼손 절반이 칼에 베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특히 겨울철에는 장갑을 끼고 있어도 많이 아프다”며 “지금은 물건을 만지고 어느 정도 일상생활을 할 정도로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시련이 찾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질풍노도의 시기인 중학생 때 아버지 사업이 망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며 “공부를 놓고 방황하다가 고2 때 한 연극을 보고 배우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첫 번째 시련으로 연기를 하게 된 그는 두 번째 시련에 맞서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책에 빠져 살았다. 소설과 과학서적 등 닥치는 대로 읽었다”며 “투병 중에 팬들이 나를 그리워한다는 기사를 보고, 팬카페에 ‘치료 열심히 해서 뻔뻔하게 돌아오겠다’는 글을 남겼다. 그러고서는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또 한가지 이유는 나처럼 불치병에 걸려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뭔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읽는 걸 좋아하다 보니 쓰는 데 관심이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소설은 괴팍한 천재 사업가 남편이 아내를 위해 소행성을 포획하려다가 우주 미아가 된 후 일지를 쓰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영화 ‘마션’을 보고 ‘저렇게 쓸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많은 과학서적에서 자료를 모아 캐릭터를 구축했다”며 “자신이 없어서 200자 원고지 4800장 정도를 쓴 후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내고, 1700장 분량으로 소설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주인공의 고립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1년간 외부와 연락을 끊고 지냈다는 그는 “아픈 건 약을 먹고 버티면 되지만 외로움은 견디기 힘들었다”며 “하지만 암울한 분위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 밝은 톤으로 글을 썼고, 주인공의 유머 감각도 살렸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연기와 글 쓰는 일을 병행하겠다고 밝힌 그는 “어느 책에서 읽은 ‘시련은 얼음과 같아 언젠가는 녹기 마련’이라는 문구가 기억난다”며 “시련을 당한 사람들이 현실을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사진 = 곽성호 기자 tray9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