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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글로벌 에세이 게재 일자 : 2017년 01월 04일(水)
인권이사회 의장 임기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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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림 대사가 인권이사회 의장으로 주재한 2016년 6월 제32차 인권이사회 정례회의에서 자이드 라아드 유엔인권최고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인권최고대표실(OHCHR) 페이스북
최경림 駐제네바 대사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 임기가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끝났다. 회의 주재 외에 의장으로서 수행해야 하는 각종 비공식 협의, 면담, 행사 참석으로 지난 한 해를 정말 분주하게 보냈다. 국제기구가 많은 제네바에서도 인권이사회는 매우 중요한 기구의 하나이고, 우리나라가 유엔 가입 후 처음으로 맡았던 인권이사회 의장이었으므로 열심히 해야만 했다.

인권이사회는 북한, 시리아 등 40여 개 국가별 인권상황, 여성, 아동, 장애인 등 100여 개의 특정 주제를 다룬다. 이 많은 의제를 처리하기 위해 3시간 단위 회의가 1년에 160회 가까이 열리고, 회의는 점심시간도 없이 하루 종일 진행한다. 참석자들에게 공평하게 발언 기회를 주어야 하다 보니 발언 시간을 3분 또는 2분으로 제한하고, 의장은 제한 시간을 초과하는 발언자의 마이크를 꺼야 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인권 문제의 성격상 인권이사회 회의는 항상 긴장감이 감돌았다. 정치 체제, 사회 제도, 문화와 전통을 달리하는 국가들은 인권 문제에 대해 빈번하게 대립했다. 의장은 중립을 유지해야 하지만 무엇이 중립인지 객관적 기준이 없어 매번 심사숙고해야 했다. 인권이사회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북한이 처음 보여주었다. 지난해 3월 인권이사회에 참석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격렬하게 반박한 후 북한 인권 문제를 전적으로 다루는 인권이사회 회의에는 아예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인권 상황이 열악한 국가를 다른 나라들이 비판하면 해당국들은 이런 비판을 불공정하고 편파적이라고 반박하는 장면이 일 년 내내 반복됐다. 인권이사회에 제출된 유엔사무국 보고서를 논의하는 회의에서 한 남미 국가는 다른 나라 대표가 자국의 인권 상황을 강하게 비판하자 발언 도중에 갑자기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보고서에 직접 포함되지 않은 내용에 대한 발언을 중지시키라고 의장에게 요청했다. 가급적 발언 내용을 제한하지 않는 관행에 따라 발언을 계속하도록 했더니, 의장의 결정에 대한 투표까지 요구해서 한 표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결정을 지킬 수 있었다.

인권이사회 회의는 결의 채택으로 마무리되는데, 지난해에는 149개나 되는 많은 결의를 채택했다. 인권이사회 결의의 실제 효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지만 인권의 역사는 이런 노력이 쌓여서 발전해 왔다. 결의안의 7할 이상은 이해관계국 간 의견 조정을 통해서 투표를 거치지 않고 채택하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결의안들은 표결을 해야 했다. 민감한 내용을 다루는 결의안 표결은 날 선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3월 이사회에 인권운동가 보호 결의안이 제출됐을 때 반대 진영의 국가들은 무려 30개의 수정안을 제출했고 수정안 각각에 대해 표결을 요구했다. 장장 네 시간에 걸친 투표 끝에 수정안이 전부 부결되고 원 결의안이 채택됐지만 진영 간의 뚜렷한 갈등은 그대로 남았다.

비정부기구(NGO) 대표들은 정부대표들과는 달리 때로는 과격한 어조로 인권 상황이 열악한 국가들을 공격했고, 해당국 대표들은 자주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발언 중지를 요구했다. 인권 NGO들의 기여를 감안해서 항상 발언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일부 정부대표는 늘 불만이었다.

인권이사회 의장은 생각보다 책임이 크고 어려운 자리였다. 단순히 회의를 주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권이사회라는 중요한 정부 간 기구를 대표해야 했다. 서방과 비서방의 대립, 종교와 문화를 둘러싼 갈등, 정부와 시민사회의 충돌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불만은 모두 의장실로 전달됐다. 체력적·정신적으로 힘들었으나 그만큼 보람도 있었다. ‘공정’과 ‘소통’을 원칙으로 회원국은 물론 NGO 대표들까지 최대한 많이 만나 솔직하게 대화하면서 불편부당한 입장을 찾으려고 했다. 지난해 마지막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다행히 많은 대표단이 이런 노력을 평가해 주었다.

올해도 세계 인권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지역분쟁, 난민 위기, 극단주의, 민주주의 후퇴의 징후가 세계 곳곳에 가득하다. 지난 1년간 인권이사회 의장국 경험이 우리의 외교적 노력에 보탬이 됐기를, 세계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긴 과정에서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됐기를 바란다. 올해도 세계 인권신장을 위한 중단 없는 노력에 우리 외교가 계속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최경림(59) △제16회 외무고시 △주미국2등서기관 △주제네바1등서기관 △세계무역기구과장 △주제네바참사관 △자유무역협정제1교섭관 △자유무역협정정책국장 △주브라질대사 △자유무역협정교섭대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주제네바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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