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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7년 01월 05일(木)
“과학사通史 연구는 긴 나그넷길… 나의 마지막 보고서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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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운 前 성신여대 총장
‘우리 과학문화재…’ 펴내

자격루 등 역사적 가치 평가
‘과학문화재’ 용어 최초 사용


만 원권 지폐에 들어 있는 ‘혼천시계’(渾天時計)는 1985년에야 국보 제230호로 지정됐다. 당시 조선 시대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국보 제228호)와 물시계인 ‘자격루’(국보 제229호) 등과 함께 과학 문화재 18점이 처음 국보와 보물로 지정됐는데 1966년에 나온 ‘한국 과학 기술사’라는 책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다.

우리 과학 문화재를 처음 발굴하다시피 해 과학사적 관점에서 가치를 평가하고 영어와 일어판으로도 발간해 국제 학계에서 인정받게 한 이 책은 지난 50년간 유일무이한 이 분야의 ‘명저’(名著)로 자리 잡고 있다. 2000년에 ‘한국 과학사’란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왔다.

‘인생의 모든 길이 한국 과학사 통사의 집필과 완성으로 향했다’고 평가받는 전상운(85·사진) 전 성신여대 총장이 그 저자다. 그가 우리 과학 문화재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60년을 마무리하는 책 ‘우리 과학 문화재의 한길에 서서’(사이언스북스)를 새해 벽두에 출간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이 “긴 나그넷길이었다”며 “어쩌면 이 책이 마지막 보고서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 전 총장은 별다른 평가 없이 박물관이나 고궁의 구석에 처박혀 있던 이들 문화재를 찾아내 ‘과학 문화재’라는 용어를 등장시키고 그 복원사업을 이끌어 왔다. 750페이지에 달하는 책은 그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선사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시대별 과학 문화재를 통사 형태로 정리하고 있다. 특히 책 말미에 후학인 신동원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와 작은 책 한 권 분량의 긴 대담을 실어 저자의 인생과 학문을 총정리했다.

1932년 함경남도 원산 출신인 전 전 총장은 모스크바대에 진학해 세계적인 화학자를 꿈꾸다 가족이 월남하며 서울대 화학과에 진학했고 이후 우리 과학사에 몰두하게 된 삶의 여정을 진솔하게 밝힌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독창적인 천문시계로 평가받는 ‘혼천시계’를 재발견하고 국제적으로 알리게 되는 과정은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는 한 편의 드라마 같다. 대담자 신 교수가 묘사하듯 ‘연구자로서 잠재력이 폭발하는 시기’의 전 전 총장의 회고는 ‘학문의 길이란 이런 것’이라는 가르침을 후학들에게 주기에 충분하다.

보통 역사 연구가 빠지기 쉬운 과도한 민족주의와 실증주의 사이의 고민은 그의 연구 과정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리 금속활자가 외국 학계에서 역사상 최초로 거의 인정받지 못하는 데 대해 연구를 하려 하자 그의 선배이자 멘토인 사학자 홍이섭이 ‘국수주의’를 경계하며 만류했다. 그러나 그는 실증적으로 접근해 지금은 ‘최초’가 정설로 받아들여지게 만들었다.

전 전 총장은 “한국의 과학 문화재가 중국이나 유럽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자생적 측면이 강하다”며 “우리가 물려받은 과학유산은 결코 격이 낮거나 세련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롭게 조명하고 재인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mail 엄주엽 기자 / 문화부 / 부장 엄주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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