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 쓰기>가출·공부 뒤처져도 격려… 용기와 배려 배웠어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복지부장관賞 유상원 군

이경림 선생님께.

선생님, 저 상원이예요. 선생님이 이 글을 읽어 보시길 바라는 마음 반과 부끄러운 마음 반을 섞어 편지를 써요.

1학년 2학기에 선생님을 만나 한 학기를 함께하고, 선생님은 한 해 더 우리 학교에 계시다가 다른 학교로 가셨지요. 저는 선생님과 헤어진 뒤로도 글을 읽지 못했어요. 2학년 때는 구구단 암기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벽까지 가로놓여 있어서 저는 학교를 그만둘 생각으로 300만 원이 든 제 통장을 쥐고 집을 뛰쳐나가기도 했어요.

선생님은 저보고 걱정 말라고, 곧 한글을 뗄 거라고 하셨지만 그때가 언제일까, 정말로 그때가 오긴 올까 막막하기만 했어요.

선생님은 한글을 모르는 저를 위해서 반 아이들 모두에게 시험 문제를 읽어주셨고 제가 평균 90점을 받았지요. 선생님한테 듣고 배운 이야기들을 신이 나서 날마다 암송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기적과도 같은 일이 제가 2학년이 되고서 없던 일처럼 됐어요. 2학년이 되자 저는 학습 부진아가 되었지요. 저에게 남은 힘이 다 빠져나가 좋아하던 그림 그리기마저 꼴 보기 싫어졌을 때, 갑자기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어요.

“상원이는 우리 반 그림 1등!”

선생님은 언제나 제 그림을 칭찬해 주셨고, 선생님 덕분에 제가 화가라는 별명까지 얻었지요.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다시 힘을 내서 날마다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썼어요. 어느새 저는 책을 가장 많이 읽고 글을 가장 많이 쓰는 학생이 되었어요. 그래서 3학년 때부터 줄곧 독서왕으로 뽑혔고, 올해 1학기 중간고사에서는 반에서 2등을 했어요.

선생님 덕분에 저는 사람마다 잘하는 일이 한 가지씩은 있는 줄 알아요. 학생이 공부를 해야 하는 줄은 알지만, 공부밖에 없다는 말은 틀린 줄도 알아요. 오랫동안 앞서가는 아이들 뒤에서 천천히 생각하면서 가다 보니 뒤처지는 친구들 마음을 그 누구보다도 잘 헤아리게 되었어요.

선생님이 저에게 하셨듯이 저 같은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될게요. 선생님께서 저에게 심어 주신 용기와 배려의 마음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서 살게요. 선생님은 저에게 초등학교 여섯 해를 통틀어 가장 행복했던,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최고의 한 학기를 선물해 주셨어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