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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7년 01월 05일(木)
‘독선 정치’ 퇴출해야 경제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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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진 서울대 교수·경제학

2017년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의 현실은 밝지 않다. 소득의 양극화, 청년실업, 가계부채 등의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고 대외적으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안보 불안과 보호무역주의의 대두 등으로 불확실성과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 확실하다. 무엇보다도 탄핵 정국으로 인한 리더십의 부재와 정치적 혼란은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더해 언론 보도는 새해 벽두부터 위기감을 조장하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사정은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오히려 새로운 희망과 자신감을 가질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

우선, 올해의 세계 경제는 확실한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데 대다수 세계 경제 전문가가 동의한다. 미국은 고용지표가 이미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성장률도 완만한 증가세가 예상된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높은 3.4%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회복세에 힘입어 지난 2년간 연속 떨어지던 수출은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 확대 정책도 우리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올해 예상 성장률은 2.6%로 하향 조정됐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그리 나쁜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고무적인 점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기술 혁신의 물결이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선진국을 추격하는 성장을 해왔고 그 때문에 고도성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따라잡기 방식의 성장은 한계에 이르렀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진정한 첨단 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독일과 미국은 영국보다 후발국이었다. 하지만 1870년대에 시작된 2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면서 선진국으로 올라섰고, 일본도 2차 세계대전 후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전자산업을 선도함으로써 ‘일본의 시대’를 열었다.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견실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올바른 정책의 지속적인 추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창의성 있는 인재를 육성해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며, 소득 불평등을 완화해 약자와 서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총론에는 모두 찬성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양 극단으로 나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념에 따른 극한 대립은 매우 걱정스럽다. 세계적으로 이데올로기의 시대는 지났다. 유럽에서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선 제3의 길이 상식화해 있다. 보수는 경제적 자유와 성장에, 진보는 평등과 복지에 강조점이 있을 뿐, 현실 인식을 대체로 같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지난 수년간 국회에서는 경제개혁 법안들이 이념 대립에 막혀 통과된 게 없다. 이런 정치가 과연 국민을 위한 정치인가. 촛불의 요구가 바로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것 아닌가.

그러나 정치권은 아직도 이념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정쟁에만 여념이 없는 것 같다. 요즘 차기 대선 주자들의 행태를 보면 다음 정부가 들어서도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이념과 주장보다는, 세계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냉철한 접근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정치는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다. 현대사회와 경제는 복잡다기해 이러한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애덤 스미스가 이기심의 역할을 강조한 새로운 도덕철학을 제시함으로써 근대사회를 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유다. 경제 규모는 이미 선진국 수준이지만 우리의 의식과 철학은 아직 전근대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딸깍발이 선비 정신은 자칫 자기만이 옳다는 독선에 빠질 위험이 다분하다. 상대방의 진정성을 인정하는 관용의 정신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인정하는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온정주의적 간섭을 극복할 때 비로소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로 거듭날 수 있다. 그때 우리 경제에 창의성이 꽃피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경제 시스템의 개혁이 가능할 것이다.

끝으로, 정치권에 제안한다. 다음 정부는 누가 집권하든 임기 중에 소신껏 경제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고, 임기 후 그 성과가 나쁘면 그때 투표로 심판하는 관용과 인내심을 발휘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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