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경제 左클릭’>‘속앓이’ 전경련… 경제단체 유지방식 고민

탄핵정국속 재계 대변 못해
“비명도 못지르고 끌려다녀”
헤리티지·BRT식 전환 검토

기업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경제 위기 우려 속에 기를 살려줘도 모자랄 판에 대기업을 겨냥한 옥죄기가 본격화하고 있으나 항변할 분위기가 안 되는 데다 목소리를 대변할 경제단체들도 입을 떼지 못하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해체 위기에 몰려 쇄신안을 마련 중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싱크탱크 전환과 경제단체 성격 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기총회가 예정된 2월까지 쇄신안을 마련하기 위해 회원사들과 물밑 접촉을 하는 등 의견 수렴에 전념하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해 12월 초 대기업 그룹 총수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직후 미국의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싱크탱크로 전환하는 방안에 무게중심을 두고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리티지 재단은 지난 1973년 만들어진 공공정책 연구기관으로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 작은 정부, 개인의 자유, 전통적 미국의 가치 등 보수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문제는 조직 운영 재원이다. 헤리티지 재단은 운영에 필요한 돈 대부분을 자발적인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기부 문화가 취약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과연 기부금 기반의 싱크탱크 운영이 가능할지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미국의 경제단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의 운영방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72년 설립된 BRT는 미국 200대 대기업 CEO들로 구성된 협의체로 정부 등 공공을 상대로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 단체다. 다만 BRT는 기업의 목소리를 내는 데 치중할 뿐 기부, 재단 설립 등 사회협력 활동은 하지 않아 정경 유착 논란에 휘말릴 소지가 적다는 차이가 있다. 재계 일각에선 회원사가 상당수 중복되는 전경련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통합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전경련 회원사들은 지난 1970년 경총을 분리, 노사 문제를 전담토록 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을 겨냥한 대형 이슈가 연일 터지고 있는데 경제단체들은 손을 놓고 있는 지경”이라며 “기업의 사정을 알리고, 합리적인 시장을 유지하도록 역할을 해야 하는데 외마디 비명도 못 지르고 끌려다니다 고사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