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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7년 01월 06일(金)
범죄인 인도 청구, 징역 1년이상만 요청 가능… 거부소송땐?
여권 반납 명령, 14일內 반납않으면 직권무효화… 현지서 강제추방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박근혜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지난 2일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에서 구금 기간 4주 연장 결정이 내려진 뒤 구치소로 돌아가고 있다. AP 뉴시스
국제수사 공조와 범죄인 송환

‘비선실세’ 최순실(61) 씨의 딸 정유라(21) 씨가 지난 2일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뒤 구금돼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정 씨를 국내로 송환하기 위해 법무부, 외교부, 경찰청 등과 함께 다각도로 송환 절차를 밟고 있다. 법무부를 통해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는 한편, 외교부를 통해 여권 반납 명령을 내려 정 씨에게 덴마크 정부가 강제추방 조치를 내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도 했다. 앞서 정 씨의 신병 확보를 위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 발령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 씨 체포와 송환 시도를 계기로 국제 수사 공조와 범죄인 송환 절차에 대해 짚어본다.

1 국가간 공조 어떻게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한 자를 송환하기 위해 도피·체류 중인 나라의 경찰 당국과 협력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체포, 압송해 올 수는 없다. 심각한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은 국가의 경우 이 절차에 따라 정식으로 송환받는 방법이 있다. 외국의 형사사법 당국과 긴밀한 협력이 가능한 경우는 강제 추방 절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인터폴을 통한 경찰 공조도 가능한 방법이다.

우리나라 검·경찰이 직접 출장을 가거나 체류 중인 주재관들이 현지 수사관들과 공조해 범죄자를 체포한 사례도 있다. 이는 주로 마약 수사 등에서 활용된다.

2 범죄인 인도 청구는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한 국가를 상대로 도피한 범죄피의자를 자국으로 송환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상호주의 조약이기 때문에 조약을 체결한 국가 간에 인도 기준을 정하는데 국가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론 본국에서 1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한 범죄인을 기준으로 한다.

범죄인 인도 청구는 타국과 사법 공조를 펴는 것인 만큼 법무·외교 당국을 거쳐 진행된다. 범죄인이 타국에 있는 것이 확인될 경우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는 검사가 검찰총장을 거쳐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한다. 이후 법무부가 외교부에 범죄인 인도 신청을 하고 외교부는 이를 해당 국가의 외교부에 전달한다. 해당 국가 외교부는 이를 자국의 법무부에 전한다.

3 절차 및 사례

범죄인 인도 청구 후 곧바로 신병을 넘겨받는 것은 아니다. 범죄인이 체류 중인 국가에서 송환거부 소송을 제기하면 정식 재판으로 넘겨진다. 1997년 발생한 ‘이태원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서 존 패터슨의 경우 2009년 우리 정부의 범죄인 인도 청구 후 한국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수사와 관련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유섬나 씨에 대해 프랑스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지만 유 씨가 거부 소송을 제기해 2년 6개월 넘게 그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유 씨는 현지에서 1·2·3심 모두 패소했지만 인권재판소에 제소하면서 송환은 계속 늦춰지고 있다.

4 인도 조약 체결 국가들

한국은 지난 1990년 호주를 시작으로 미국과 중국, 일본 및 유럽 평의회 회원국 등 76개 국가와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했다.

이 중 20개 국가와는 별도로 형사사법공조조약을 체결했다. 형사사법공조조약은 범죄인 인도뿐 아니라 수사 단계에서부터 국가 간 사법 공조를 취하는 것이다. 수사와 증거 수집 및 범죄에 사용된 물품에 대한 추적·몰수 등을 규정하고 있다. 범죄인 인도 조약이 수사 이후 단계의 피의자를 인도받는 것이라면 형사사법공조조약은 그 이전 수사 단계에서부터 활용될 수 있다. 해외도피 범죄자의 범행 수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있어 체결 국가가 늘어나는 추세다.

5 주재관 통한 사법공조

경찰 해외주재관은 우리 국민을 보호할 목적으로 해외에 있는 대한민국 외교 공관에서 파견근무 중인 경찰관을 의미한다. 주요 임무는 △해외에 머무는 우리나라 국민의 범죄 피해와 사건·사고 처리 △주재국 경찰 등 사법기관과의 협조를 통한 국제 수사 공조 △해외 도피 사범의 국내 송환 △기타 각종 국제 범죄 정보 수집 등이다.

우리나라는 1967년 일본에 처음으로 경찰 주재관을 파견했다. 현재 총 31개국 51개 공관에 59명의 주재관을 파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13명, 일본 5명, 미국 5명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에 단 1명의 주재관만이 파견돼 있다.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인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백재현(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지 국가의 치안행정 및 사법행정과 공조를 한다고는 하지만,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인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자국민 보호를 위한 경찰 주재관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6 여권반납명령 절차는

여권 제재 대상으로 판단될 경우 외교부는 여권법 제19조에 따른 ‘여권 반납명령 및 무효화 조치’에 착수하게 된다. 여권 반납명령서를 여권 명의인의 주소지(국내)에 등기우편 발송하고 반납 기간 내 제출하지 않으면 여권법 제13조에 따라 직권무효 조치를 취하는 것이 골자다. 여권 반납기간은 외교부 장관 재량사항으로 통상 14일을 부여한다. 하지만 정유라 씨 여권 제재의 경우 사안의 긴급성을 고려해 7일로 단축했다.

등기우편이 반송될 경우 2차로 발송하고, 그것까지 반송되면 외교부 홈페이지에 14일간 공시한 뒤 공시 종료일로부터 7일의 기간을 더 준다. 이 기간 안에 자진 반납하지 않을 경우 직권으로 여권을 무효화 하게 된다.

정유라 씨의 경우 지난 3일 덴마크 주재 최재철 대사와 담당 영사가 직접 면담해 여권반납명령서를 전달한 만큼 7일 내 자진 반납하지 않으면 오는 10일 여권이 무효 조치 된다. 여권이 무효화 되면 강제추방될 수 있다.

7 인터폴 공조 어떻게

인터폴은 국제법상 권한을 갖는 정식 국제수사기구는 아니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는 달리 인터폴은 체포권이나 강제수사권이 없다. 그보다는 각국 경찰 간 정보공유를 위한 협력체 성격이 강하다.

인터폴을 통해 공유된 정보를 바탕으로 회원국 사법당국(검·경)이 수배자를 체포해 해당국에 인도하는 것이다. 각 국가 사이의 범죄인 인도조약 체결 여부와 관계없이 신병이 인도되기 때문에 사법공조보다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송환방책으로 볼 수 있다.

정보 공유에 사용되는 인터폴 통신망은 해외 도피 사범의 개인정보·지문·DNA 자료 등을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하고 있다. 24시간 통신망 접근과 검색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경찰 역시 이 통신망을 통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수배자 검거 등 다양한 정보를 전달받고 있다.

실제 지난 2일 정유라 씨 체포 당시에도 덴마크 경찰은 인터폴을 통해 한국 경찰청에 소식을 알려왔다.

8 인터폴 수배 종류

인터폴 수배는 인터폴 사무총국에서 발행하는 국제 수배로 190개 회원국의 사법기관을 통해 피의자와 실종자를 수색하기 위한 제도다. 수배가 내려지면 190개 회원국이 해당 피의자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범죄자가 외국으로 도피했거나 행방이 묘연한 경우 사람을 찾기 위해 협조를 요청하는 것인데, 체포된 수배자는 범죄인 인도조약 체결 여부와 관계없이 사건을 일으킨 국가로 신병이 인도된다.

인터폴 수배의 종류는 모두 8가지다. 가장 잘 알려진 ‘적색수배’는 수배자를 검거 후 송환하는 사실상 최고등급 수배다. 적색수배 대상은 이미 해당 국가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수배자로, 그중에서도 살인 등 강력범과 50억 원 이상의 경제범에게 내려진다.

그 외에도 ‘청색수배(인물정보 조회)’ ‘녹색수배(공공안전 위협에 대한 경고)’ ‘황색수배(실종자 수배)’ ‘흑색수배(신원미상자 수배)’ ‘주황색수배(공공안전에 즉각적이고 심각한 위협에 대한 경고)’ ‘보라색수배(범죄수법 등 정보 공유)’ 등이 있다.

9 범죄인 인도 원칙

범죄인 인도 요청에 피청구국이 응해야 할 국제법상 의무는 없기 때문에 각국은 양자조약(bilateral treaty)의 형태로 범죄인 인도를 어느 정도 의무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국제형사사법 공조의 원칙과 흡사한 형태로 유지되는 기본 원칙도 대체로 정립된 상황이다. 우선 상대국 간 동일 또는 유사한 범위 내에서 공조 요청(범죄인 인도 요청)이 이뤄져야 한다는 상호주의 원칙은 범죄인 인도와 관련해서 엄격하게 적용된다.

범죄인 인도가 가능한 범죄는 요청국과 피요청국 모두 형사법규에 의해 처벌가능한 범죄여야 한다는 쌍방가벌성(double criminality)의 원칙도 있다. 요청국이 공조에 따라 취득한 증거를 공조요청 범죄 이외의 범죄에 관한 수사나 재판에 사용할 수 없는 특정성의 원칙도 적용된다. 일사부재리의 원칙도 범죄인 인도의 기본 원칙 중 하나다. 동일한 범죄와 관련해 이미 피청구국이나 제3국가에서 처벌받았거나 재판 중일 경우에는 인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인도대상에 자국민도 포함시킬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법체계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륙법계 국가는 자국민 불인도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나 영미법계 국가는 범죄의 관할권에 대해 속지주의를 취하여 자국민인 경우에도 인도를 허용하는 입장이다.

10 인도 예외 조항

피청구국이 인도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도 있다. 우선 유용성의 원칙이 적용된다. 이는 공소시효가 완성됐거나 청구국에서 사면을 내린 경우 인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범죄인 인도는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유용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범은 인도하지 않는다는 정치범 불인도의 원칙은 명문화돼 있지 않아도 인도의 예외 사항으로 인정되고 있다. 군사범 불인도의 원칙도 적용되지만 테러범 등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인도 대상이 되고 있다. 범죄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인도가 가능하다는 ‘최소중요성의 원칙’도 있다.

또 인종·국적·성별·종교·사회적 신분 또는 특정 단체에 속해 있거나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처벌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도 절대적 인도 거절 사유가 된다. 범죄인이 인도 범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거나, 인도 범죄와 관련해 아직 피청구국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에도 인도를 거절할 수 있다.

민병기·장병철·정철순·인지현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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