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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회평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1월 09일(月)
트럼프 ‘일자리 열정’만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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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전에 올린 트위트 몇 개에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경기(驚氣)를 일으키고 있다. 포드·캐리어의 멕시코 공장 이전 계획을 주저앉히고, 보잉·록히드마틴으로부턴 가격 인하를 끌어내더니 이제 외국기업에까지 손을 댔다. 토요타가 10억 달러를 들여 멕시코에 연 20만 대 생산공장을 지으려는 계획에 ‘미국에 지어라. 아니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한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단 두 문장의 위력은 컸다. “미국에만 10개 공장, 13만6000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다. 토요타는 근 60년 미국의 일부였다”는 읍소는 통하지 않았다.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에 파는 일본과 한국의 자동차·전자 업체들도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2015년 미국에서 팔린 자동차의 60%는 멕시코에서 왔다. 미국 ‘빅3’ GM·포드·피아트-크라이슬러만 해도 멕시코에서 만든 197만 대 중 139만 대를 들여왔다. 기아자동차도 올해 25만 대를 멕시코에서 생산한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저렴한 인건비 등을 보고 멕시코로 달려갔지만, 35% 징벌세를 물고도 수익을 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트럼프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게임 체인저’가 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트럼프의 노골적인 기업 목조르기는 설마 했을 뿐 진작 예고된 것이다. 그는 직접 쓴 ‘불구가 된 미국’에서 멕시코로 공장을 옮기려는 포드 등의 움직임을 거론하며 “우리는 너무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다. 다른 나라에 말이다”라고 비꼬았다. 그의 메시지는 간명하다. ‘미국 물건 사고, 미국인 고용하라(Buy America, Hire Americans)’는 것이다. 그에겐 거창한 이론도, 말만 그럴듯한 ‘정치적 올바름’도 안중에 없다.

트럼프식 해법엔 물론 허점이 적지 않다. 미국 소비자들은 멕시코의 낮은 임금 덕에 소형차를 저렴하게 구입한다. 세금을 물리면 자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각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 미국 기업 또한 보복관세의 피해를 본다. 미국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는 2004년 이후 10년간 200만 개 이상 해외로 사라졌다. 운송 및 네트워크의 세계화가 가져온 측면이 크다. 막대한 인건비 등을 감당하면서 미국으로 되돌아오려는 기업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4차 산업혁명기의 고용 파괴에 대한 고민도 안 보인다.

그래도 트럼프의 기행에 가까운 행보에 미국인 다수는 열렬히 환호한다. ‘일자리’에 관한 한 타협이 없다는 그의 뚝심에 희망을 걸기 때문이다. 그는 당선 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손을 맞잡은 채 4년 내 5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전했고, 미국 내 일자리를 줄이려던 IBM으로부턴 2만5000명 추가 고용과 10억 달러 투자계획을 받아냈다. 통신업체 스프린트와 원앱이 8000개 일자리를 만든다는 소식을 전하며 “정말 신난다”는 표현도 썼다. 직설적이고, 즉각적이고, 현실적인 그의 방법론은 오랜 좌절을 겪어온 중산층과 저소득층에겐 후련함을 안겨준다.

국내에서도 국민의 최대 근심은 역시 일자리다. 국내외에 불확실성 변수가 넘쳐나면서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기업들은 잔뜩 움츠려 있다. 트럼프가 시동을 걸었듯 선진국 모두가 글로벌 기업을 자국에 유치하는 일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한국만은 예외다. 현대·기아차는 1996년 이후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았다. 9700만 원에 이르는 평균 연봉은 토요타나 폭스바겐보다 2000만 원가량 높고, 강성노조가 버티고 있는 한국이다. 기아차 멕시코공장만 해도 인건비도 싸지만, 여의도 1.7배 부지 무상 제공에 법인세를 10년간 면제받았다. 해외에 공장을 지으면 지극한 환대를 받지만,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와 특혜 논란이 뒤따른다.

국내에 공장을 세우는 대신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흐름이 됐다. 기업은 글로벌 전략이라고 말하지만, 결국 청년 일자리 몫을 외국에 헌납하는 것밖에 안 된다. 공장을 국내에 붙들고, 또 유턴시키려면 규제와 노동 리스크 등의 반기업 환경 개선이 필수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재벌개혁, 기본소득제, 기업증세 같은 포퓰리즘 정책만 남에게 뒤질세라 쏟아내고 있다. 가장 중요한 민생이자 복지인 일자리에는 관심도 없다. 트럼프의 거친 정책 스타일을 두고 미 경제학계에선 우려를 숨기지 않지만 일자리에 미친 열정만큼은 틀리지 않았다. 표적을 정조준해야 성과물도 따라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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