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협박과 日·中 외교 압박 속 自中之亂 대한민국

북한이 8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임의의 시각과 장소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것”이라고 또 협박했다. ‘ICBM 시험발사 준비 마무리 단계’라는 김정은 신년사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을 위협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그러자 도발 수위를 한 단계 높인 셈이다. 이에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그것이 우리를 위협하거나, 우리 동맹이나 친구 중 하나를 위협한다면 우리는 격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점차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8일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문제와 관련 “한국 측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며 압박을 가했다. 일본 정부는 주한 대사를 일시 귀국시키고,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을 중단한다고 지난 6일 밝혔다. 또 부산 소녀상 설치를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와 ‘상대국 공관의 안녕과 품위를 지킬 책무’를 규정한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 제22조 위반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머리가 아픈 대한민국으로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사실상 공식 외교 채널을 차단한 채, 사드 반대 또는 연기를 주장하는 야당 의원들을 초청해 환대하는 방식으로 한국 내부를 이간질하고 있다.

소녀상을 수백 개 더 설치해도 시원찮은 것이 우리 국민 정서다. 그러나 외교·안보는 냉정한 현실 인식 위에 서 있어야 한다. 그런데 탄핵 사태로 정부는 무기력하고, 야당은 대선을 의식해 국민 감정을 부채질하고 정부를 공격하는 등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져 있다. 한·일 관계의 근본적 해결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럴수록 원칙이 중요하다. 첫째, 국가 간 합의는 존중돼야 한다. 자칫 한국이 국제법이나 국제 합의를 준수하지 않는 국가로 낙인 찍히면 더 큰 것을 잃게 된다. 야당의 사드·위안부 재협상론이 외교적 자해(自害)인 이유다. 둘째, 상대국을 ‘전략적 이익을 공유한 이웃’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셋째, 한·일 관계가 한·미 동맹의 장애 요인이 돼선 안 된다. 파국이 일어나면 한·일 모두에 치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