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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7년 01월 10일(火)
多者외교 퇴조와 北核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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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연세대 교수·국제정치학

“한·미 동맹과 한·중 동반자 관계의 조화” “한·일 관계의 안정화.”

4년 전 첫 업무보고에서 우리 외교부가 야심 차게 밝혔던 포부다. 아쉽게도 ‘중견국’ 대한민국은 2017년 벽두부터 중국과 일본에 양쪽 뺨을 다 내준 듯하다. 2016년은 정치적으로도 혼란한 시기였지만, 외교적인 풍파도 만만찮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가 결정됐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전격적으로 체결됐다. ‘소녀상’ 문제로 주한 일본대사와 부산총영사가 일시 귀국했고, 한·일 통화스와프협상은 중지됐다. 자금성 망루에 선 양국 정상을 보면서 중·북 관계에 금이 갔다며 섣부른 기대를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사드 배치로 한류(韓流) 문화의 중국 진출에 제동이 걸렸고, 우리 항공기의 춘제(春節) 연휴 기간 전세기 취항이 불허됐다.

우선, 다자주의(多者主義) 외교 노선에 대해 근본적 재검토를 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유엔을 ‘사교클럽’으로 묘사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낡아 빠진(obsolete)’ 기구로 묘사하기 전부터 다자외교엔 경고등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유럽 통합의 근간이 위협받게 된 데다, 보호무역과 경제 민족주의는 세계 곳곳의 선거에서 단골 메뉴가 돼 버렸다. 동북아 평화 구상과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및 호주와 추진한 중견국 다자 외교 체인 믹타(MIKTA)를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노력하던 외교부로선 낭패가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당선자는 다자외교보다 역대 공화당 대통령의 전례를 답습해 경쟁국 지도자와 일대일 회담으로 실타래를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는 니키타 흐루쇼프와, 리처드 닉슨은 마오쩌둥(毛澤東)과, 그리고 로널드 레이건은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협상을 통해 국제관계를 풀어나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자의 대외정책을 헨리 키신저와 앤드루 잭슨의 접점에서 찾기도 한다. 키신저는 소련의 팽창을 중국과의 데탕트를 통해 억제한다는 구상을 만들어낸 전략가였고, 잭슨은 미국의 제7대 대통령으로서 장군 출신다운 저돌성으로 협상(協商)보다는 무력(武力)을 즐겨 사용했던 장본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밀월관계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을 구사하면서 테러 단체나 국지적 도발에 대해선 먼저 쏘고 나중에 얘기하는 스타일로 대처할 것이란 예측이다.

이미 대표들만 간간이 회동하며 명맥만 이어가다시피 한 6자회담으로 북핵(北核) 문제에 접근할지도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직접 협상을 추진하고 북한은 미국이 내민 손을 덥석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이 아직 외교에선 이렇다 할 업적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통미봉남(通美封南)의 형국이 재현될 수 있다. 민주주의 이념을 강조했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는 달리 비즈니스 방식으로 외교를 바라볼 트럼프 당선자에겐 북한 인권보다 북핵 해결을 위한 비용과 북핵 동결을 통한 이득 사이의 손익계산이 앞설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이쯤에서 중단시키면 한국과 일본에 통상 압력과 방위비 분담 수준을 강화하려는 어젠다를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북한과 미국 간의 평화 협정 얘기가 나올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늘 변하는 역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외교도 필요하지만,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다는 불변의 지정학적 사실에 대한 장기적인 플랜이 있어야 한다. 우리 국민 모두가 지지할 대한민국의 전통적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외교 안보를 선거전의 일환으로 포장하는 행태가 더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각 후보 캠프에서는 특정 후보를 부각시키기 위해 색다른 정책과 전략을 내놓다 보니 임기 내에 실현하기도 힘들고 임기가 끝나면 새 정부의 또 다른 정책에 묻힌 채 의미가 퇴색해 잊히기 일쑤다.

리스크 관리도 다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리 경제와 사회가 다원화하고 글로벌화할수록 우리 외교도 외교의 영역을 넘어 다양한 변수들과 영향을 주고받게 됐다. 그만큼 정책을 세우고 추진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졌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리스크의 종류와 파장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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