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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구촌 전망대 게재 일자 : 2017년 01월 11일(水)
‘사드’ 의원 외교와 중국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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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4일 중국 베이징 외교부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방문한 송영길(가운데)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영 베이징 특파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일행이 방중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쿵쉬안유(孔鉉佑) 부장조리(차관보급)와 만난 뒤 “정부가 못한 부분을 의원 외교로 성과를 낸 것”이라고 자평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양국 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사드로 인한 제재 우려를 전달하고 “사드 배치냐 아니냐를 넘어서 제3의 해결책을 찾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방중이 ‘의원 외교’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에 동의하기 어렵다. 송 의원이 강변하는 것처럼 단순히 ‘중국에 왔기 때문에 사대외교라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 외교부는 발 빠르게 방중단의 사진과 함께 이날의 회견 내용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왕 부장이 “중국은 한국 측의 자국과 국민의 안보를 지킬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해치는 사드 배치 강행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는 내용이다. 방중단의 입을 통해 중국 측의 논리는 또 한 번 한국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그러면 중국 측의 사드에 대한 입장은 변했나, 아니다. 사드 배치로 인한 보복 우려가 완화한 것도, 사드 배치에 대한 근본 원인인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감소한 것도 아니다. 의원단 방중 전날 한국 화장품은 무더기로 중국에 수입이 불허됐다. 손님을 맞기로 해놓고 손님들이 오기도 전에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그뿐인가.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까지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드와 관련한 중국 측 입장이 공표되는 횟수가 늘수록, 고위층을 통할수록, 경로가 늘어날수록 중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은 바뀌기 어렵게 될 뿐 아니라 오히려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중단의 왕 부장 면담 건 역시 그중 하나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의 특성상 국가 지도자가 말로 공표했으니 행동을 취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주중 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중국 측을 설득하려 노력했으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말씀’을 성경처럼 여기는 이곳에서 관료들에게서 융통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또 방중단은 한국 기자들에게 중국 측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중국이 ‘국가의 핵심 이익’이 침해받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달했다. 그러나 중국이 말하는 국가의 핵심 이익은 ‘국토의 완정’ 및 ‘주권’과 관련한 문제다. 남중국해, ‘하나의 중국’, 홍콩 및 티베트 문제가 이에 해당한다. 중국이 주장하는 ‘전략적 안보 이익’인 사드를 오히려 부풀려 ‘핵심 이익’이라고 전달한 셈이다.

반면 방중단은 막상 요구해야 할 것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 제재를 실제로 이행하고 있는 상무부나 광전총국 일정을 외교부의 ‘전달하겠다’는 말로 갈음하고 접촉하지 않았고 더 중요한 것은 북핵 문제와 관련한 협조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북한과의 당대 당 관계를 유지하는 채널인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와의 접촉 일정을 취소했다. 대외연락부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지만 외교부 채널을 통한 접촉이 어려워 대중 외교의 ‘구멍’으로 인식돼 왔다. 마침 한반도 담당 부부장인 류훙차이(劉洪才) 부부장은 지난해 말 갑자기 홈페이지에서 프로필이 사라지면서 현재까지 유고설이 나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부장조리가 면담에 응하려 했지만 ‘급이 낮아졌다’는 이유로 방중단은 면담을 취소하고 대신 휴식을 취한 것이다.

베이징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만났을 때 자신감에 넘쳐 보였다. 그러나 노무현정부 당시 외교·안보 핵심인사가 기획하고 국회 ‘제1정당’이라고 자부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방중은 이 같은 내용 면에서 실망스러웠다. 협상의 대상이 아닌 것을 두고 협상하겠다고 먼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내어놓으면서도 막상 자국의 이익은 관심이 없었다. 중국어로 인사를 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외교부장을 만났다고 들떠서 성과로 꼽는다면 순진한 것이다. 양국 관계가 민감한 이럴 때일수록 더 섬세하고 치밀하게 접근해야 했다. 2월에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시 주석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리더십 공백기이자 외교 위기인 시점이다. 정치인들은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생각 대신 국익을 고려해 섬세한 외교, 진정한 의원 외교를 하길 바란다.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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