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드들강 여고생 살인범’ 무기刑

법원 “죄질 불량… 중형 선고”
증거 불충분 미제로 분류돼
살인죄 시효 폐지 ‘태완이법’
첫 적용 재수사로 유죄 판결

지난 2001년 전남 나주 드들강에서 발생한 여고생 강간살인 사건의 범인에게 16년 만에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일명 ‘태완이법’)이 적용돼 살인죄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 강영훈)는 11일 오전 302호 형사법정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39) 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김 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한편, 20년간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과 40시간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김 씨는 2001년 2월 4일 새벽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피해자 박모(당시 17세·여고 2년) 양을 승용차에 태워 나주로 데리고 간 뒤 박 양을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씨는 2003년 발생한 강도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이번에 추가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음에 따라 향후 감형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피고인은 성관계는 물론 살해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법의학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성관계 직후 살해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며 “검찰이 직접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지만, 간접 증거가 직접 증거와 같은 증거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반성의 여지가 없고 범행 후 옷을 벗겨 증거를 인멸했으며 추후 허위 증거를 짜 맞추는 등 죄질이 불량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 씨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30년간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등을 청구했다. 박 양의 아버지는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다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태완이법 = 2015년 7월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일명 ‘태완이법’). 살인죄 공소시효(15년에서 2007년 25년으로 늘림) 폐지를 주내용으로 한다. 1999년 5월 대구에서 발생한 김태완(당시 6세) 군 황산 테러 사건을 계기로 추진됐다. 49일간 투병하다 사망한 태완 군에게 황산 테러를 가한 범인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시효 만료가 예상되자 폐지 여론이 일었다. 그러나 정작 태완 군 사건은 공소시효(당시 15년)가 만료돼 ‘태완이법’ 적용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광주 = 정우천 기자 sunsh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