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1043) 50장 대마도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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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한국·일본 시간이다. 어제부터 예고한 대로 대한민국 TV 화면에 북한 총리 김동일이 등장했다. 지금 이 장면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은 물론 전 세계가 시청하고 있다. 왜냐하면 어제 오후에 일본 관방장관 스가 요시히데의 짧은 성명 발표, 이어서 방위상 이나다 도모미의 사견임을 전제로 한 방송에 대한 ‘대응 성명’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성명전(聲明戰)과 같다. 김동일이 등장한 화면의 아래쪽에는 ‘대마도 수복 총사령관’이라고 한글과 영어, 한자로 적혀 있다. 시청하고 있을 ‘세계인’에 대한 서비스인 것이다. 그때 김동일이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은 빼앗긴 영토인 대마도를 기필코 수복하고야 말 것이다!”

김동일은 서동수로부터 여러 번 말투를 고치라는 충고를 받았지만 안 고쳤다. 지금도 그렇다. 말끝마다 반말을 하는 것이다. 김동일이 말을 이었다.

“일본은 지금까지 수천 년 동안 수천 번 한반도를 침략해 온갖 만행을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영토를 탈취했다. 대한민국은 빼앗긴 국토를 되찾으려는 것이다.”

평양 연방대통령 집무실에서 TV를 보던 서동수는 김동일의 반말이 지금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옆에 앉은 남한 총리 조수만은 머리를 끄덕이고 있다. 김동일이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따라서 연방대통령 각하로부터 대마도 수복의 책임과 권한을 위임받은 나는 일본 정부에 통고한~다.”

숨을 죽인 서동수, 조수만을 향해 김동일이 눈을 치켜떴다.

“대마도를 반환하라. 북한의 100만 대군은 대마도 수복을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는 거어시다.”

어깨를 부풀린 김동일이 입을 꾹 다물었을 때 뒤쪽으로 대형 태극기가 펄럭이면서 우주에서 찍은 한반도 사진이 펼쳐졌다. 그 사진에 독도는 물론이고 대마도까지 포함돼 있는 것이다. 그때 북한 인민군 합창단의 우렁찬 애국가 합창이 울려 퍼지면서 김동일의 ‘성명’이 끝났다.

“음, 명연설입니다.”

감동한 조수만이 심호흡을 하고 나서 말을 이었다.

“배경도 아주 좋았고 합창도 우렁차군요, 감동적입니다.”

그때 비서가 전화기를 들고 다가왔다.

“각하, 푸틴 대통령님 전화입니다.”

방 안이 조용해졌고 모두의 시선이 서동수에게 모였다.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김 총리의 성명 발표를 보신 모양이군.”

한국 시간으로 오후 1시면 모스크바는 오전 7시다. 전화기를 귀에 붙인 서동수가 말했다.

“각하, 성명 발표를 보셨습니까?”

“동북아의 질서가 제대로 잡혀 가고 있는 것 같군요.”

푸틴의 목소리에 웃음이 담겨 있다.

“이제 새 시대가 왔으니 시대의 흐름에 맡겨야겠지요.”

“감사합니다, 각하.”

“어제 일본은 방위상과 관방장관이 강온 양면책을 썼는데 현실 파악이 제대로 안 된 것 같습니다.”

서동수가 숨을 죽였고 푸틴의 말이 이어졌다.

“아베와 그 측근들은 미국이 1950년에 설정한 아시아·태평양 방위선인 애치슨라인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애치슨라인은 미국의 태평양 방위선을 일본 열도로부터 그어 간 것을 말한다. 그때 서동수가 말했다.

“일본이 안보 무임승차를 할 동안 남북한은 죽을 고생을 했지요. 이젠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