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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7년 01월 12일(木)
반기문 待望論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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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 前 동덕여대 총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오늘 오후 귀국한다. 조기 대통령 선거가 예상되는 가운데 반기문 열풍(熱風)이 불고 있다. 마포를 비롯해 서울에만도 여러 곳에 반기문 대선 캠프가 가동되고 있다고 하며,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지난 일요일 대규모 집회를 통해 반기문 열풍을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마포 캠프’ ‘반사모’와 유사한 자문 그룹 또는 지지 그룹들이 전국에 있다고 한다.

반기문은 이미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상수(常數)가 됐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탄핵 정국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오늘 인천공항은 대규모 인파로 북새통이 됐을 뿐만 아니라 아마 내일쯤은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해 귀국인사를 하고, 이어 대규모 귀국보고회 겸 대선 후보 출정식도 했을 것이다.

사실 반기문의 귀국은 참으로 환영할 일이고 또한 금의환향(錦衣還鄕)이다.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남북 분단으로 유엔에 가입도 못했던 대한민국이 지구촌의 최대 국제기구인 유엔의 사무총장으로, 그것도 연임까지 하여 10년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귀국한 반기문을 위해 광화문에서 카퍼레이드를 해도 이의를 제기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반기문’이란 이름은 한국은 물론 지구촌의 귀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탄핵 정국으로 반기문을 맞이하는 정치 환경은 급변했다. 이 때문에 반기문은 인천공항 환영객을 최소화하고, 귀국 후 정치 일정도 가급적 요란스럽지 않도록 측근들에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더구나 친박 세력의 새누리당과는 물론 탈당 인사들이 창당하는 ‘바른정당’과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독자 행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기문의 이와 같은 조심스러운 정치 행보가 전개될수록 반사모를 비롯한 지지 그룹들은 더욱 애타게 ‘대통령 반기문’을 외치면서 선거 캠페인을 할 것이다. 새누리당의 충청권 국회의원들은 이미 짐을 챙겨 반기문 캠프 쪽으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으며, 바른정당도 생존을 건 구애작전을 펼칠 것이다. 안철수의 국민의당도 반기문을 끌어들여 대선 흥행을 기대할 것 같다.

19대 대선 환경은 반기문의 신드롬에 따라 상당 부분 좌우될 것이다. 특히, 보수 세력이나 이른바 중도를 표방하는 제3지대론자들은 반기문 신드롬을 통해 정치적 흥행을 극대화하려고 할 것이다. 반기문 역시 꽃가마는 아니지만, 국내 정치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대선을 치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정치 행보일 수 있다.

조기 실시가 예상되는 19대 대선에서 나타날 반기문 대망론(待望論)의 명과 암은 무엇인가? 우선, 오랜 외교관 생활을 통해 세계적 지도자로 부상(浮上)한 반기문은 기존 정치권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는 유권자에게 참신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 국민은 기존 정치권의 경우, 여야 불문하고 부패한 구세력으로 보고 있어 참신한 새로운 인물을 열망하고 있으며, 반기문은 이런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 같다. 특정 정파에 속해 있지 않은 것도 유권자에겐 신선할 수 있다.

북한과 대치, 안보 위협이 상존하며, 더구나 한반도 주변 강대국이 스트롱맨으로 포진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고도의 외교적 곡예가 필요한 우리로서는 10년간 국제무대에서 조정자로서 역할을 한 외교관 반기문의 경험과 역량은 한반도 평화 유지에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이런 희망적인 관측에도 불구하고 반기문이 험지와 같은 한국 대선 캠페인 과정을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외교 현장과 정치 현장은 전혀 다른 공간이다. 더구나 대선 과정에서 후보자에 대한 혹독한 검증은 지금까지 특별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공직 생활을 한 반기문에게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다.

반기문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국가 경영 비전이나 정책을 제시한 것이 없다. 탄핵 정국 때문에 야기된 국론 분열에 대해 통합(統合) 또는 화합(和合) 리더십을 강조하고 지난 연말 ‘대한민국을 위해 몸을 불사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을 했을 뿐, 빈부(貧富) 격차, 이념 갈등, 지역 갈등, 청년실업 문제, 심지어 남북문제 해결을 위해 어떠한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2017년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반기문 신드롬의 명암(明暗)을 더욱 철저하게 검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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