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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1월 12일(木)
華而不實(꽃은 화려하나 열매가 없다)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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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정치부 부장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8명의 인사 중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사람은 쿠르트 발트하임(4대·1972∼1981)과 하비에르 페레스 데케야르(5대·1982∼1991) 두 사람이다. 데케야르 전 총장은 1995년 페루 대선에서 실패했지만, 발트하임 전 총장은 1986년 오스트리아 대선에서 승리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데케야르보다 발트하임과 여러 면에서 비교된다. 발트하임이 유엔 사무총장직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오스트리아 국민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때 오스트리아 정국이 불안했던 것도 지금의 대한민국과 비교된다. 두 사람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후한 평가를 받지 못한 것도 비슷하다. 당시 미국 유엔대사였던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미국 대통령)가 발트하임에게 유엔 사무총장 취임 첫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망치와 드라이버, 못 모양의 미니어처를 ‘협박용’으로 선물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두 사람은 다른 점도 많다. 발트하임은 1971년 오스트리아 국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패한 경험이 있는 ‘정치인’ 출신이다. 정치 ‘초짜’ 반 전 총장과 다르다. ‘4월 5초’ 조기 대선이 점쳐지는 가운데 반 전 총장이 출마할 경우 퇴임 후 반년도 안 돼 대선에 나서게 된다. 발트하임이 퇴임 5년 뒤에 대선에 다시 나선 것과 대비된다.

12일 오후 5시 30분 반 전 총장이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유력 대선 주자인 반 전 총장의 귀국 일성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의 측근들이 인천공항의 첫 귀국 메시지를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갈고 닦은 것을 보면 반 전 총장도 그 의미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반 전 총장은 다른 대선 후보와 달리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기 위해 활동한 것이 거의 없다. 그의 인기는 새누리당의 몰락과 보수층 대선 후보 부재,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세력의 집권에 대한 거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반사이익의 성격이 강하다.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삼성 X파일 사건’ 등으로 중도 하차하지 않았다면 유엔 사무총장 자리도 그의 것이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세계 대통령’ 자리까지 올라갔다면 운도 실력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은 그런 자리가 아니다.

반 전 총장은 인천공항에 발을 딛는 순간, 국민을 향해 대선 출마를 선언해야 한다. 입국 심사대는 혹독한 대선 후보 검증대가 돼야 한다. 대통령 후보 검증에는 ‘이만하면 됐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4월 5초’ 대선이 치러진다면 반 전 총장의 검증 기간은 서너 달에 불과하다. 부실한 검증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같은 국가적 비극을 잉태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반 전 총장이 대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통합과 포용’ ‘안정과 성장’ ‘혁신과 소통’ 등 기름기가 흐르는 ‘번지르르’한 듣기 좋은 귀국 메시지만 내놓는다면 그것은 ‘화이부실(華而不實)’이다. 혹 전직 세계 대통령으로서 보장된 명예와 안락한 노후에 대한 미련이 가슴 한쪽에 티끌만큼이라도 남아 있다면 인천공항에 내리지 말고 곧바로 떠나길 바란다. 그래도 국민은 당신을 자랑스러워 할 것이며, 한편으론 다행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yb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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