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왼손잡이에다 질러가는 스타일… 스코어 관리 안돼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민철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엠씨스홀딩스 본사에서 모자에 새겨진 ‘맥케이슨’ 로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김민철 (주)엠씨스홀딩스 대표

최근 ‘맥케이슨’ 브랜드를 통해 스포츠 한류에 도전장을 던진 김민철(42) ㈜엠씨스(MC’S)홀딩스 대표는 국내에서는 드문 왼손잡이 골퍼다. 김 대표는 불편하지만, 왼손잡이를 고집하고 있다. 김 대표의 이런 고집은 사업에까지 이어져 비교적 짧은 연륜에도 ‘성공담’을 써온 원동력이 됐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엠씨스홀딩스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엠씨스 스포츠가 생산하는 골프전문 브랜드 맥케이슨 골프가 오는 9월 뉴질랜드에서 개최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더 맥케이슨 뉴질랜드오픈의 메인 스폰서다. 김 대표는 맥케이슨 골프를 통해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한류 스타일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의 주문자 상표부착(OEM)과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노하우를 바탕으로 원사부터 원단, 봉제, 디자인까지 100% ‘메이드 인 코리아’를 표방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무역회사 의류 수출 업무를 맡으면서 해외 유수의 기업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김 대표는 2007년 맥케이슨 글로벌을 설립한 첫해 1200만 달러를 수주했으며,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1억 달러를 돌파해 주목을 받았다. 김 대표의 거래처는 월마트, 콜스, 메이시, 갭, 올드네이비, ANF 등 글로벌 브랜드였다. 김 대표가 만든 의류는 연간 2만3000t이며 이를 수량으로 환산하면 5000만 피스에 달한다.

김 대표가 골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10여 년 전. 2006년 홍콩의 사업 파트너들이 골프장에서 만나자고 해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았다. 김 대표는 이때 골프를 매력적인 ‘리치 마켓’으로 생각하고, 골프와 연관된 일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골퍼로서는 애로사항이 많았다. 왼손잡이. 일상생활에는 불편함이 없었지만, 골퍼로서는 그렇지 않았다. 연습장에선 남들과 등을 돌린 채 벽을 보고 스윙해야 했다. 차라리 필드에 나가는 게 낫겠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남들에겐 연습할 시간이 없다 보니 실력이 늘지 않는 편이란 ‘핑계’도 댔다. 김 대표는 지금껏 레슨 한 번 받아 보질 못했다. 적절한 코치를 만나는 것도 힘들었다. 왼손잡이 클럽은 주문하고 나서 손에 쥘 때까지 한 달 이상 걸리기에 클럽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해외에서 왼손잡이 클럽이 눈에 띄면 곧바로 챙겼다.

왼손잡이는 라운드에서도 핸디캡이 있었다. 김 대표는 “18홀 내내 혼자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며 “왼손잡이다 보니 캐디가 방향을 봐주고 설명해줄 때 잘못 알아들어 OB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슬라이스 홀’이라고 주의 준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훅’ 구질이 되면서 OB가 나기도 했고, 퍼팅그린에선 볼의 라인이 틀어진 경우가 다반사였다.

김 대표는 2015년 7월 경기 용인의 아시아나골프장 서 코스에서 81타라는 생애 베스트 스코어를 남겼다. 70대 스코어는 아직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친구들이 “그래도 소질이 보인다”며 김 대표에게 ‘싱글 패’를 만들어줬다. 지금까지 골프에서 받은 유일한 기념패다. 김 대표는 1년이면 6개월 이상 해외 출장을 다닌다. 해외에서 비즈니스 파트너와 골프할 기회가 있지만 연간 20회 정도에 불과하다. 김 대표가 ‘에버리지 골퍼’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이다. 김 대표는 특히 골프 브랜드 사업을 막 시작한 상태인 데다, 2∼3계절을 앞서야 하는 의류 분야는 겨울부터 2월까지가 가장 바쁘기에 골프장에 나갈 짬을 내기가 어렵다.

의류 분야에서만 15년 동안 몸담아 온 김 대표는 ‘바잉 파워’를 지닌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착실하게 준비해 왔다. 김 대표는 글로벌 마케팅의 첫 단계로 LPGA투어를 택했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와도 의류사용 계약을 맺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쯤 LPGA투어에서 대회 개최 참여 제안을 받았고, 5분 만에 결정했다”며 “뉴질랜드 교포인 리디아 고가 뉴질랜드 LPGA투어 대회를 만들려고 했지만,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다는 정보를 전해 듣곤 사인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리디아 고는 단순한 계약 선수가 아닌 소중한 사업 파트너”라고 밝혔다. 리디아 고가 글로벌 앰버서더로서 아주 매력적이란 뜻. 김 대표는 “리디아 고가 팬들을 대하는 마음 자세를 보면 역시 슈퍼스타”라며 “그가 맥케이슨과 함께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나이키가 ‘타이거 우즈 라인’을 만들었듯이 리디아 고를 위한 전용 라인을 제안했다. 앞으로 한국골프를 위해 남자프로들을 지원할 계획도 있다. 김 대표는 “국내 여자프로의 경우 대회가 활성화돼 있고 선수 후원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하지만 남자 선수들은 열악하기에 여력이 생기면 후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표의 골프 스타일은 사업에서처럼 공격적이다. 끊어가거나 돌아가지 않고 바로 질러간다. 그래서 스코어 관리가 잘되지 않는다. 김 대표는 “골프장에 가면 골프에 집중할 수 있고, 자연을 접할 수 있어 좋다”며 “골프는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되고, 특히 몸과 마음의 휴식을 안겨다 준다”고 말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