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사무실·임대주택까지 제공… 청년에 ‘희망’을 심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의 청년 전용 모임 공간인 ‘청년마루 2호점’에서 청년 창업가들이 원탁회의를 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강동구, 다양한 맞춤지원

청년창업가 위해 ‘도전숙’ 열어
보증금 인근시세의 절반 수준
‘엔젤공방’은 공인작업장 활용
주거비용 저렴한 조합주택도
‘청년마루’ 2곳서 성황리 운영

대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찾고 주거할 공간을 얻어 결혼 후 출산을 하는 건 그동안 사회구성원으로서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해왔던 일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요즘의 청년들에겐 일자리를 찾는 것조차 버겁다. 청년 실업자가 계속 늘어나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하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청년’을 정책의 화두로 삼아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는 기초자치단체가 추구해야 할 청년 정책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열악한 재정 여건상 현금을 지원하는 대신 청년들이 비용 부담에서 벗어나 마음껏 창업과 구직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직접 뜻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한다. 또 청년들이 구정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도 열어뒀다. 변화를 싫어하는 공무원들이 나서 구내 열악한 지역을 청년 창업 메카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주거·모임·창업 공간 걱정 ‘끝’=지난해 서울시와 성남시가 청년들에게 현금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많은 논란이 일었지만,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돈보단 공간이다. 주거, 창업, 학습, 모임 모두 공간이 없이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강동구는 이에 착안해 지난해 12월 암사동 507번지 일대에 37호 규모로 청년 창업가를 위한 ‘도전숙’을 열었다. 현재 28개 청년 창업기업이 시세의 절반가량인 평균 1600만 원의 보증금과 20만8000원의 월 임차료를 내고 주거와 사무 공간으로 쓰고 있다. 올해 봄엔 천호중학교 인근에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는 청년들 대상 맞춤형 임대주택인 ‘청년협동조합 주택’도 선을 보인다.

모임을 위한 공간인 ‘청년마루’는 지난해부터 성내동과 상일동 2곳에서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1인 기업을 위한 사무공간과 교육·회의를 위한 모임공간에 회의실, 악기 연주를 위한 무대도 마련돼 있으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11일 방문한 상일동 청년마루 2호점에선 청년 창업가 6명이 다음 달 7일 구청 주최로 열릴 청년 정책 토론회 의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청년 창업가 김푸름(여·25) 매력더하기 대표는 “토론하는 것을 포함해 청년들이 활동할 때 공간 사용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큰데 강동구엔 이런 공간들이 많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 무대로 탈바꿈한 유흥가=구는 성내동 일대에서 성업 중인 70여 개의 불법 변종카페를 단계적으로 ‘엔젤공방’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건물주와 협의를 통해 내보낸 후 리모델링해 청년 공인들을 위한 작업장과 판매장으로 활용토록 한 것이다. 지난해 7월 가죽공예를 전문으로 하는 1호점 ‘코이로’를 열었고, 10월엔 ‘사과나무 공방’과 ‘겨울과 봄 사이’가, 12월엔 젓가락 공예품 등을 만드는 ‘시와 저’ 공방이 생겼다.

◇청년모임과 구청 전담팀의 뒷받침=강동구 거주 청년들로 구성된 ‘강동 청년 정책 네트워크’는 정기적으로 구에 청년의 고용, 주거, 생활안전망, 문화 정책에 대한 건의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9일 고덕동 동부기술교육원에서 열린 ‘청년사이다’에선 청년 50명과 이해식 구청장, 주민 등이 무려 12시간 동안 청년 문제 해결 및 구의 지원 방안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다. 구는 지난해 5월 ‘청년 일자리 창출 촉진 조례’ 제정과 함께 청년 정책을 전담할 3명 규모의 청년정책팀을 구성, 청년들의 요청을 뒷받침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도전숙’ ‘청년마루’ ‘엔젤공방’ ‘청춘 마켓’도 모두 전담팀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