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1045) 50장 대마도 - 21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다가선 하선옥한테서 옅은 향내가 느껴졌다. 코에 익숙해진 향기다. 하선옥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면 항상 체취가 섞인 이 냄새가 풍긴다. 서동수의 옆에 선 하선옥이 말했다.

“부산과 포항, 진해에 집결한 배가 모두 1만2000척입니다.”

“저런.”

입맛을 다신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각 도(道)에서 경쟁적으로 보냈구먼.”

“예, 각 도에서 수복군(軍)에 보낸 내역이 있으니까 그대로 보도해야 합니다.”

하선옥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평양의 연방대통령 집무실 안이다. 오전 11시 반, 연방대통령실 홍보수석 하선옥은 지금 대마도 수복군 사령부에서 임차한 선박 숫자를 보고했다. 수복군 사령부는 병사들을 싣고 갈 배를 연방의 각 도에 요청했는데 선박 소유주들이 자진해서 배를 제공했다. 물론 임대해준 것이다. 그 임대해준 배가 1만2000척이나 된다는 것이다. 옆에 선 하선옥이 서류를 읽었다.

“10t 규모의 어선에서부터 관광선, 화물선 등 처음에는 2만 척이 넘게 모였는데 규정에 맞는 것만 선택해서 1만2000척으로 줄였습니다.”

“그걸 다 어떻게 조종하나? 선장, 선원만 해도 수만 명이 될 것 아닌가?”

“북한 해군의 지원병이 3만입니다.”

하선옥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직접 배를 조종하겠다는 선주도 절반이 넘어서 겨우 돌려보냈습니다.”

“이건 무슨 축제를 하는 것 같군.”

“그렇습니다.”

갑자기 정색한 하선옥이 서동수가 앉은 소파의 팔걸이에 바짝 몸을 붙였다.

“축제 분위기 같습니다, 각하.”

그때 서동수가 손을 뻗어 하선옥의 스커트 밑으로 집어넣었다.

“왜 바짝 붙는 거야?”

서동수의 손이 재빨리 하선옥의 팬티를 들치고 숲에 닿았다. 하선옥이 몸을 비틀었지만 물러나지는 않았다.

“각하.”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걸 알잖아?”

“각하, 자제하시지요.”

“좋아.”

하선옥의 골짜기를 손끝으로 쓸어올린 서동수가 길게 숨을 뱉으면서 손을 뺐다.

“대마도 숲이 더 울창해진 것 같군.”

“죄송해요.”

“계속해.”

“예.”

스커트를 펴는 시늉을 하고 나서 하선옥이 서류를 보았다.

“오늘 저녁 6시 뉴스로 부산과 포항, 진해 앞바다에 정박한 상륙선을 취재하도록 개방할 것입니다.”

“오늘인가?”

“CNN, ABC 등 미국 방송사는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 유럽 방송사, 그리고…….”

숨을 고른 하선옥이 서동수를 보았다.

“일본 방송사도 보도할 것입니다.”

“잘했어.”

“각 항구 근처에 집결하고 있는 상륙군 일부도 취재하도록 했습니다.”

서동수가 머리만 끄덕였다. 1만2000척의 배가 부산과 대마도 사이에 뜬다면 아마 바다가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49.5㎞ 거리에 일렬로 세운다면 뛰어서 건널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쇼다. 쇼인 것은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알 것이다. 그러나 오늘 실제로 보도된다면 당사국인 한국과 일본의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다. 서동수가 다시 손을 뻗었다가 하선옥이 물러나는 바람에 헛손질이 되었다. 그때 하선옥이 눈을 흘겼다. 교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