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黨이 없으니 돈·세력·경험 부족해 아주 힘들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盧 묘소 참배 반기문(앞줄 왼쪽)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17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 潘, 기존 정당 입당 시사

“지금까지는 고용인이었지만
이젠 고용주… 다 내가 내야

조직·돈 해보지 않아 잘 못해
정당과 함께 할 방안 고민중

박지원·김종인 등 만나는 건
3일 더 다녀보고 생각할 것”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나는 당이 없고 세력이 없어서 아주 힘들다”며 기존 정당에 입당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반 전 총장은 그동안 장외에서 기존 정치권을 비판하며 ‘정치 교체’를 주장했지만, 귀국 나흘 만에 기자들과 만나서는 대선 비용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당에 들어가면 훨씬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경남 김해시의 한 치킨집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으며, 일부 언론이 비보도 약속을 깨고 전날 일부 내용을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비보도 약속이 이미 깨졌으며 반 전 총장과의 대화가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 검증을 위한 유권자의 알 권리에 부합한다고 판단, 메모한 대화 내용을 간추려 보도한다.

―정치 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나는 지금 당이 없고 세력이 없지 않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서는 조직이 엄호사격을 해주는데 나는 그런 사람들이 없다. 당이 없으니 돈과 관련된 문제가 매우 힘들다. 나는 지금까지 고용인이었지만 이제는 고용주가 됐다. 정부와 유엔에서 봉급을 받았지만 이제는 전부 다 내가 해야 한다. 사무실을 43평짜리와 32평짜리 두 개를 빌렸고, 자동차 2대와 운전사, 비서, 항공료 등을 전부 내 개인 돈으로 내야 한다.”

―입당을 빨리하는 게 편하지 않을까.

“두고 봐야 한다. 꼭 돈 때문만은 아니고 그런 예를 든 것이다. 나는 과장하고 국장하고 차관보, 장관이 될 때 가방만 들고 몸만 움직이면 됐었다. 사무실도 있었는데 이제는 사무실까지 내가 전부 해야 한다.”

―펀드를 통해 대선 비용을 조달할 계획은 없나.

“그런 것을 해 본 적이 없다. 혹자는 연구소를 차려서 몇 사람에게 돈을 받으면 된다는 말도 한다. 그러나 연구소를 차리면 연구소에 맞는 돈을 써야지, 그 돈을 선거하는 데 쓰면 규정 위반이 되지 않나.”

―정당과 함께하는 방안을 고민하나.

“그래야 할 것이다. (지금 상황은) 지속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대선후보가 당에 안 들어간 사람이 있었나. (당에 들어가면) 훨씬 쉽게 할 수 있다. 나는 정치 경험도 없는데 상당히 빡빡하게 시작을 하고 있다. 나는 경험이 있어서 정책을 발표하는 것 등은 할 수 있지만, 조직과 돈은 아예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못한다. 이제까지 평탄하게 조직 속에서 살았다.”

―독자 정당을 만드는 길은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그런 것도 있는데….”

―설 이후에 정당과 관련한 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인가.

“당을 만들지, 어디 입당을 할지는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한다.”

―신당을 만들자는 요청이 많은데.

“그런 얘기도 나한테 많이 오고 있다.”

―본인이 깃발만 들면 모이겠다는 정치인들이 많다.

“모르겠다. 경험이 없으니 들어봐야 한다. 나는 나 혼자이고, 도와주는 사람들도 정치인이 아니다. 멘토 같은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모임을) 결성하지 못했다. 같이하겠다는 분들은 이래저래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를 빨리 만나야 하지 않겠나.

“빨리 만나야 할 것이다. 3일 더 다녀보고 돌아가서 생각해보겠다. 내가 12일 공항에 도착한 후 이제 나흘밖에 지나지 않았다. 까마득하게 옛날 같지만 나흘간 꽤 여러 일이 일어났다.”

―국민의당과는 안보 등에 공감대를 가질 수 있지 않나.

“그렇다.”

―박 대표와 통화 중에 만나기 위한 구체적인 날짜 등을 거론했나.

“그런 것은 없었다. 기분 좋게 서로 축하하고, 찾아뵙겠다고 했다.”

―자갈치 시장에서 바른정당에 들어오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는데.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다. 오늘 찾아간 곳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지역구라는 얘기는 들었다. 시장 사람들이 하나같이 ‘나라를 좀 살려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감동을 많이 받았다.”

김해=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