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2011년 참배했다” 적극 해명에도 일부 盧 지지자 길 막고 항의 피켓시위

봉하마을 찾아 盧 묘소 참배
방명록엔 “무한한 경의 표해”

17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을 찾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반 전 총장은 봉하마을 방문에 앞서 ‘배신자’라는 비판을 해명하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했지만,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반발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친노 진영의 반발에 맞서 봉하마을을 찾은 반 전 총장 지지자들이 반 전 총장 지지 구호를 외치면서 마을은 아수라장이 됐다.

반 전 총장이 이날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들어서자, 일부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길을 막고 반 전 총장에게 항의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피켓에는 ‘굴욕적인 한·일 합의 환영한 반기문, 할머니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 ‘배은망덕 기름장어, 봉하마을 지금 웬일’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경남 노사모 회원들은 ‘배신자라 않겠다. 잘 왔다 반기문’이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었다.

반 전 총장 지지자들은 이에 맞서 “수고하셨다. 자랑스럽다”고 지지 구호를 외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묘역으로 들어서 참배를 했다. 방명록에는 “따뜻한 가슴과 열정으로 ‘사람 사는 사회’를 위해 헌신하신 노무현 대통령님께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미력이나마 진력하겠습니다. 노 대통령님! 대한민국의 발전을 굽어살펴 주소서!”라고 적었다.

반 전 총장은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 후 “어떤 정권을 잡기 위해 사생결단, 죽기살기식으로 정권을 잡겠다는 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이제 국민은 노무현 대통령 말씀과 같이 공정한 사회, 변칙 없는 사회, 사람이 사는 세상을 갈구하고 있다”며 “정치하는 분들 모두 마음을 가다듬고 국민의 소리에 경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봉하마을 예방에 앞서 보도자료를 내고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스리랑카 현지에서 애도 성명을 발표하고 뉴욕 유엔대표부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참배했으며, 2011년 봉하마을을 참배했다고 해명했다. 반 전 총장은 2008년 방한 당시에도 노 전 대통령에게 안부 전화를 한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반 전 총장이 “봉하마을로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자, 노 전 대통령은 “무슨 말씀을요. 제가 오히려 서울 가서 만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오는 20일 귀국 이후 처음으로 친정을 방문하는 공식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17일 외교부는 반 전 총장을 오는 20일 오후 6시 서울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으로 초청해 리셉션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반 전 총장과 주한외교단, 외교부 간부들이 참석한다.

김해=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