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식·의약 안전’>필수의약품 컨트롤타워 구축… “타미플루 등 수급차질 예방”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의약품 부족 사태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필수의약품을 지정해 관리하기로 한 가운데 한 약국에서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를 점검하고 있다. 자료사진

- (27) 안정 공급 종합대책 마련

공중보건·위기대응 의약품
그동안 부처별 관리 제각각
긴급상황 발생 때 대응 지연

정부, 품귀 등 없게 통합관리
결핵치료제·탄저균 백신 등
비축·지원 109개 품목 선정

지난해 7월 희귀질환인 ‘저칼륨혈증’의 치료제 공급이 갑자기 중단되면서 해당 환자와 가족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해당 제약사가 생산일정을 조정하면서 일시적으로 품절이 발생한 탓이다. 2015년에도 결핵 백신 공급이 중단되는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유일한 백신 수입원이던 덴마크 제약사가 선적을 지연하면서 우리나라에 백신 품절현상이 나타났다. 가장 최근에는 계절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급증하자 예방 백신이 일선 의료기관에서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의약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국민의 불편함도 커지지만, 자칫 대형 감염병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불안감도 함께 커지기 마련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최근 ‘국가 필수의약품 안정공급 종합대책’을 내놨다. 그동안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웠던 이유가 무엇인지, 또 앞으로는 어떻게 개선되는지 점검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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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약품 관리 정책 ‘제각각’= 그동안에는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약품 관리가 정책 목적 등에 따라 교육부, 국민안천저, 국방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가보훈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8개 부처로 분산돼 공급 부족 문제가 발생하면 사례별로 관련 부처 협조를 요청하는 상황이었다.

교육부와 고용부는 각각 ‘학교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학생과 근로자의 건강보호 조치를 수행했고, 국방부는 ‘군 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군인에 대한 관리만 수행했다. 복지부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응급의료법’으로, 식약처는 약사법으로, 원안위는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재 대책법’ 등으로 제각각 관리했다. 결국, 총괄적으로 실시간 수급 상황을 점검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긴급 공급 대응 등을 위한 관계부처·의료현장·제약업계 간 정보공유도 지연됐다.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면 대책이 일회성에 그치거나 단기적으로 허점을 메우는 방식으로 진행돼 차후에 똑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공급기반에도 문제가 많았다. 채산성 문제 등으로 시장에서 생산을 포기하는 의약품, 또는 수입의존도가 높아 해외 공급원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단일 제품이나 원료에 의존하는 의약품 등에서 차질이 생길 경우 고스란히 국민의 피해로 이어졌다.

필수의약품에 대한 국가 차원의 합의된 개념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복지부는 퇴장방지의약품, 식약처는 희귀의약품, 원안위는 방사선 방호 약품, 질병관리본부는 생물테러 대응의약품 등 소관 부처 및 정책 목적별로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는 상황이었다. 각 약품 특성에 맞는 대응 매뉴얼도 부족했다. 이는 북한 핵실험, 지진, 원전 사고, 신종감염병 등 새로운 또는 잠재적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결국, 국가 차원의 능동적 조치가 필요한 필수의약품 개념을 정립하고 품목을 지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필수의약품 ‘통합 컨트롤타워’ 구축 = 정부는 지난해 말 국무회의에서 국가 필수의약품의 범부처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해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내용의 ‘국가 필수의약품 안정공급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국가 필수의약품’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안정공급 지원이 필요한 의약품이다. 정부는 ‘국가비축용 의약품’ 36품목과 ‘공급중단 시 지원 의약품’ 73품목을 선정했다.

국가비축용 의약품은 국가 비상상황이나 정책 목적상 필수적으로 비축·공급해야 하는 의약품, 공급중단 시 지원의약품은 의료상 필수적이나 시장 기능만으로 안정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으로 정했다. 생물테러 때 필요한 해독제(보툴리눔 항독소), 인플루엔자 등의 감염병 유행에 필요한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 등), 방사선에 피폭됐을 때 필요한 요오드화칼륨 등이 국가비축용 의약품에 포함됐다. 또 결핵 치료제(7품목), 인플루엔자 백신(18품목), 탄저균 백신(4품목) 등은 공급중단 시 지원 의약품으로 정해졌다.

국가비축용 의약품은 정부기관 간 공급상황을 공유해 비축 필요량을 항시 유지하고, 공급중단 시 지원 의약품은 공급기반 확충과 신속한 공급을 위해 상시 지원체계를 운영하게 된다.

정부는 ‘국가 필수의약품 종합 포털(가칭)’을 구축해 국가 필수의약품의 종류, 비축량, 사용량 등을 의료종사자는 물론 국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또 국가 필수의약품의 공급 불안정을 차단하기 위해 비축, 유통, 공급계획 등에 대한 정보를 통합·관리하는 ‘통합관리 시스템’도 구축해 정부 부처 간 공유키로 했다. 그동안 희귀의약품 등의 공급 업무를 맡아왔던 ‘한국 희귀의약품센터’도 ‘한국 희귀·필수의약품센터’로 확대 개편해 필수의약품 공급상황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구입·비축·배분하는 역할을 맡겼다.

국가 필수의약품은 앞으로 감염병, 산업보건, 방사선 재해, 응급현장 등에 필요할 경우 국내외 보건상황을 고려해 정부·의사협회·응급의학회 등의 추천을 받아 안정공급협의회를 통한 평가협의를 거쳐 확정한다. 또 생물테러나 신종 감염병 출현 시 신속하고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해당 위기대응에 필요한 의약품 개발도 지원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종합대책이 시행되면 공중보건 위기 등에 신속히 대응하고 의료현장에서 꼭 필요한 의약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의 치료기회를 보장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