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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동미 기자의 컬처 톡 게재 일자 : 2017년 01월 18일(水)
세상은 넓고 ‘덕후’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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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열풍으로 ‘혼모노(本物·진짜라는 뜻의 일본어로,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마니아 관객을 일컫는다)’들이 극장을 점령했다고 한다. 배경음악을 큰 소리로 따라 부르고, 이미 외워온 대사(그것도 전개상 핵심이 되는 것들)를 한 박자 빨리 외쳐 주변 관객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너의 이름은’의 광적인 팬들. 그러니까, 우리말로는 ‘덕후’(더 줄여 ‘덕’)다.

세상은 넓고, 덕후는 많다. 덕후는 일본어 ‘오타쿠(御宅)’가 한국식으로 변형된 것인데, 집(宅)이라는 한자에서 알 수 있듯 콕 틀어박혀 무언가에 열중하는 사람, 즉, 특정 분야에 심취해 전문가 수준의 기술이나 식견을 갖춘 마니아다. 보통 사람 눈엔 이들이 좀 별나다. 평소 신분(?)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기자가 공연 담당을 하게 되자 주변의 뮤덕(뮤지컬 덕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일명 ‘덕밍아웃(덕후+커밍아웃)’이다.

뮤덕의 특징은 한마디로 ‘살았는지, 죽었는지’다. 소위 ‘시체 관극(觀劇)’을 한다. 2시간 넘게 집중해야 하니 꼿꼿한 자세는 필수. 과하게 허리를 펴거나, 앞으로 몸을 기울이는 행위는 금물. 뮤덕은 피해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 게 철칙이다. 기침 방지를 위해 사탕을 늘 준비하고, 깨물지는 않는다. 부스럭거리는 패딩류는 가능하면 피한다. 다리를 꼬지 않는다. 앞 좌석을 칠 수 있다. 혼관(혼자 관람)이 대부분이지만, 동행인이 있어도 속닥이지 않는다. 끝나면 무조건 기립. 무대 방향으로 손을 뻗어 박수를 친다. 감사와 격려를 담아.

최근엔 ‘찍덕(찍다+덕후)’을 알게 됐다. 가까운 뮤덕을 통해서다. 20대 후반∼40대 초반 여성이 큰 카메라를 들고 공연장을 오간다면, 십중팔구 찍덕. 아이돌 그룹을 따라다니는 사생팬 격 찍덕과 좀 다르다. 뮤지컬 찍덕은 주로 소극장 공연 커튼콜과 배우의 퇴근길을 찍는다. “배우에게 절대 부담 주지 않는다”는 게 ‘찍덕 윤리’ 중 하나다. 카메라를 너무 가까이 들이대거나, 포즈를 요구했다간 찍덕 계에서 ‘매장’된다. 일부 찍덕이 사진을 팔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명예와 나눔을 위해 ‘덕질’한다. 출처만 제대로 밝히면 누구나 사진을 사용할 수 있다. 찍덕마다 특기도 다르다. 어떤 이는 옆모습을, 어떤 이는 전신을 잘 찍는다. 뮤덕들은 리터칭 방식만 봐도 어느 찍덕의 사진인지 알아맞힌다. 또, ‘내(가 좋아하는) 배우’를 멋지게 찍는 찍덕을 ‘따른다’. “‘내 배우’ 굴욕 사진 나오면 속상해요. 애정이 담긴 찍덕의 사진이 훨씬 좋아요.” 뮤덕 지인이 보도사진을 싫어하는 이유다.

혼모노 논란은 차치하고, 이 유난스러운 종족이 좋다. 개성과 취향이 다른 덕들이 더 늘었으면 한다. 상상 이상의 섬세한 감각과 배려심을 가진 이들이 때론 존경스럽다. (그게 뭐든) 그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오늘도 보라. 이렇게 일용할 양식(기삿거리)을 주셨다. ‘덕밍아웃’ 환영.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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