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영장실질심사>李부회장, 침묵한채 법정으로… ‘뇌물공여냐, 강요피해냐’ 공방

법원 출석 영장실질심사 받아
이르면 오늘밤 구속여부 결정

430억 원대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18일 밤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조의연(51)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이에 앞서 이 부회장은 9시 15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에 출석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특검 사무실로 곧장 향했다. 특검 사무실에 15분가량 머문 이 부회장은 9시 30분쯤 특검 소속 수사관 등과 함께 법원으로 이동한 뒤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삼성그룹 총수의 구속 여부가 결정될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치열한 법리 논쟁이 벌어졌다. 특검팀은 삼성이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와 최 씨 딸 정유라(21) 씨 측에 지원한 213억 원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에게 준 뒷돈이고, 이 부회장이 지원을 결정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뇌물 공여 행위로 얻은 이 부회장의 이익이 3조 원에 이르는 등 막대한 만큼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삼성 측은 박 대통령의 협박과 강요·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액을 지원한 것이라고 맞섰다. 아울러 삼성 측은 경영 공백 우려와 국가 경제에 미칠 파장, 방어권 보장, 증거 인멸 우려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를 강력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의 ‘특수통’으로 손꼽히는 검사들과 삼성 측 ‘호화 변호인단’에도 관심이 쏠렸다. 특검팀에서는 이 부회장 수사를 총지휘한 양재식(51) 특검보와 김창진(42) 부부장 검사, 김영철(44) 검사, 박주성(39) 검사가 투입됐다. 삼성 측에서는 검찰 출신인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이정호(51) 변호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조의연 부장판사는 관련 기록과 양측 주장을 검토한 뒤, 이날 밤늦게나 19일 새벽쯤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박 대통령 뇌물죄 수사 근거가 확실해져 특검 수사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 특검 수사 동력이 떨어지고 보강 수사를 위해 3월 말까지로 수사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