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영장 기각>SK·롯데·CJ엔 ‘양날의 검’? 수사칼날 더 세질까, 무뎌질까

다른 대기업 수사는
만회 위해 역량 집중 가능성
총수 구속은 더 신중해질 듯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가 가장 뚜렷하다고 판단해 화력을 집중한 삼성그룹에 대한 수사가 19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제동이 걸리면서, 삼성 다음 수사 대상으로 거명되는 SK·롯데·CJ에 대한 수사가 일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부정한 청탁’ 정황이 포착돼 처음부터 특검의 ‘선별 수사 대상’에 오른 점, ‘뇌물죄 고리’를 포기하지 못하는 특검팀이 이들 기업에 수사력을 집중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에 따라 특검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특검팀 특유의 ‘몰아치기’ 수사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팀은 ‘대기업 임원에 대한 조사→ 수뇌부 조사→ 총수 조사’ 순으로 차례를 밟아 수사에 나서지 않고, 핵심 수뇌부에 대한 비공개 조사 후 가능한 한 빨리 의혹의 ‘정점’인 대기업 총수를 수사하는 ‘속도전’을 펼쳐왔다. 이 같은 방식의 삼성그룹 수사가 제동이 걸린 만큼 SK·롯데·CJ에도 같은 방식의 속도전을 벌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특검팀이 삼성 수사를 계기로 총수에 대한 ‘구속 수사’를 매우 신중하게 고려할 것이라는 예상도 함께 나온다.

수사속도에는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특검팀이 선별 수사 대상으로 ‘SK·롯데·CJ’를 일찌감치 찍은 만큼 이들 기업에 대한 특검팀의 수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더구나 이들 기업은 뇌물죄 성립 요건인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한 청탁’ 정황이 다수 드러난 기업들이다. SK의 경우 박 대통령이 2015년 최태원 회장의 광복절 사면을 고리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자금 출연을 요구한 정황이 다수 드러났다.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지난 16일 박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로 최 회장의 사면을 검토했고 사면 직후 김창근 회장으로부터 ‘하늘 같은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