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이재용 기각’ 언급 없이 신중 모드

한숨 돌린 채 특검수사에 대비
기자간담회 설 이후로 미룰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청와대가 일단 안도감을 나타냈다.

19일 오전 청와대는 영장기각과 관련해 최대한 언급을 자제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는 특검이 청구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박 대통령을 향한 칼날도 조금은 무뎌질 여지가 있다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만 여론의 역풍이 부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청와대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결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수일 전부터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부 참모는 이날 새벽 일찍 출근해 결과를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영장 기각 소식을 접했으나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부회장의 영장기각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은 특검 수사와 헌재 탄핵심판에 차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특검의 무리한 수사와 영장청구 남발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내에서는 이번 영장 기각 결정에도 불구하고 아직 탄핵심판의 균형추를 되찾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이 이번 기각 결정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만큼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계 인사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놓고 강하게 박 대통령을 압박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장외 여론전’이라는 비판과 특검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오는 22일을 목표로 삼았던 ‘끝장 토론’ 기자간담회를 설 연휴 이후로 미루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 법조계 인사는 “아직 특검이 청와대에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계획을 알린 것은 없다”면서 “청와대는 특검이 의사를 밝히는 즉시 적극 협조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