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핵무기 없는 세계”… 연일 트럼프와 角세워

“美와 새 관계 형성 노력”

스위스를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유무역과 ‘핵무기 없는 세계’를 강조하며 연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각을 세웠다.

시 주석은 18일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연설을 통해 ‘핵무기 없는 세계’를 촉구하고 대국과 소국 간 평등을 바탕으로 한 다자 간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밝혔다. 또한 “중국은 미국과 새로운 관계 모델을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45분이 넘는 연설을 통해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핵무기를 완전히 금지하고 파괴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1964년부터 핵보유국이다. 시 주석의 핵무기 관련 발언은 미국의 핵무기 능력을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트럼프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번 주에는 핵무기를 대폭 감축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 주석은 또 국가들 간 내정간섭 경향이 배제되고 공정한 경쟁의 장이 형성되도록 글로벌 거버넌스(지배구조) 체계를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시 주석은 “강대국은 상대방의 핵심 관심 사안을 존중해야 하며 갈등, 대립 없이 윈-윈할 수 있는 협력 관계에 기반을 둔 새로운 관계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한 국가 또는 몇몇 국가에 의한 지배를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 주석의 발언은 트럼프의 취임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관측이 쏟아지자 중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차단하려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보인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고 미·중 관계 개선의 구체적인 계획도 밝히지 않았다. 시 주석은 유엔 연설에서도 전날 다보스포럼 연설과 마찬가지로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