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자리立法 팽개친 채 공무원 늘리겠다는 문재인 公約

최악의 고용 한파 속에 정부·정치권이 일자리 방안을 본격 거론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18일 새해 첫 경제장관회의에서 일자리 대책을 내놓았지만 내용은 초라했다. 공공부문 채용 시기를 조금 앞당기고, 채용박람회를 통해 2000명을 더 뽑는 한편으로 각 부처에 ‘일자리 국장’을 둔다는 정도다. 지난해 실업자는 2000년 통계 방식을 바꾼 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9.8%로 치솟은 청년실업률도 사상 최고치였다. 내수 부진까지 겹쳐 체감 고용은 악화일로다. 이런 피상적 대책으로 고용절벽 극복은 언감생심이다.

이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표한 131만 개 일자리 공약(公約)도 공허하게 들리긴 마찬가지다. 그는 모든 정책 수단과 재정을 동원해 공공부문에서 81만 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장담했지만, 수십 조 원에 이를 재원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국가 재량으로 공무원을 늘리는 건 손쉬운 고용정책이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비대화와 비효율, 재정 악화 등 대가가 따른다. 민간에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50만 개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일자리 나누기의 필수 전제인 임금 삭감 얘기는 빠졌다.

양질의 일자리는 누가 뭐래도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제조업 고용이 꽉 막힌 상황에서 일자리 해법은 정해져 있다. 서비스·신산업 부문의 일자리를 개척하고, 기득권 노조가 독점하는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 노동관련법은 국회 벽에 막혀 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이날 “뭘 안 주면 안 줬다고 패고, 주면 줬다고 패는 상황”이라고 항변했듯, 정작 일자리를 만들 주역은 반(反)기업 정서에 발목 잡힌 처지다. 고용을 늘릴 입법(立法)은 팽개친 채 기업 때리기에 앞장서온 야당이 일자리를 만들고 늘리겠다는 건 위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