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軍복무 단축’ 경쟁은 國防포기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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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옥 前 국방부 차관

2017년 새해 들어, 우리에게 안팎에서 덮쳐오는 국가위기의 파고는 점점 더 거세질 것 같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언제 어떻게 멈춰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미 동맹의 향배는 어떻게 될지, 또 점점 첨예화 조짐을 보이는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 관계와 일본, 러시아를 포함한 역내 4강국 간에 앞으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어떤 경쟁과 협력이 전개될지 모두 가늠하기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한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국의 군사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한국은 어떤가? 느닷없이 불거진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이로 인한 여야(與野) 합작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사태는 나라를 온통 진흙탕의 이전투구 형국으로 몰아넣었다. 안보·국방이라는 단어는 이들 정치권에서는 아예 사라진 말이 된 듯하다.

우리 사회의 이런 정치·사회적 현실을 한마디로 대변하는 것이 최근의 군복무기간 ‘12개월’ 또는 ‘10개월’로의 단축 주장이다. 자신을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자처하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자신의 저서 출판 행사에서 “군복무기간은 1년 정도까지 단축이 가능하고, 직업군인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또, 이재명 성남시장도 곧 출간될 저서에서 ‘10개월로 줄이자’고 한다고 한다.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오늘의 안보위기상황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을 과연 정상적인 생각으로 볼 수 있을까. 그것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말이다. 분명히 그 두 사람이 이런 황당한 주장을 하는 데는 이유와 목적이 있을 것이다. 추측컨대, 현 진흙탕 정국에서, 군복무기간의 단축 공약으로 입대를 앞둔 젊은 층과 그들 부모의 표심을 노리는 선전 공세의 일환이라는 것을 의심할 사람이 있을까.

물론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돼 있는 것처럼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 상태’가 이뤄진 상황이라면 군복무기간의 단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공고한 평화 상태란 우리 헌법의 정신대로 ‘자유민주주의적 질서’의 평화 상태를 의미해야 한다. 이와 다른 어떤 경우에도 국방 태세를 약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번 따져 보자. 국방부는 현 21개월 복무를 전제로 상비병력을 현 62만여 명에서 2022년까지 약 52만여 명으로 단계적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약 128만여 명의 북한군을 그 절반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말한다. 이 상황에서 지금도 병력 가용 자원이 부족해 대비책 수립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군복무기간을 12개월, 10개월로 단축한다면, 병력 자원 부족 현상은 말할 것도 없고, 각개 병사의 전투 기량도 10년 복무의 북한군 병사에 현저히 뒤질 것이며, 직업군인과 첨단 무기·장비로 보강한다 해도 이를 위한 천문학적인 재정 소요를 무상복지 타령만 하는 정치권이 감당할 방안이나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래도 대선 주자들이 군복무기간을 1년 또는 그 이하로 단축을 주장한다면, 이는 표심(票心)을 잡기 위한 대(對)국민 ‘사기극’이거나 아니면 국방을 아예 포기하려는 의도로밖에 달리 볼 수가 없다. 또한, 군복무기간의 대폭 감축은 한국의 자주국방 의지의 결여로 비치게 돼 한·미 연합방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결국은 한·미 동맹의 약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군복무기간의 대폭 감축 주장 속에 숨겨진 또 다른 의도라면, 이는 전 국민이 지극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