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한평생 야구로 돈 벌었으니 죽을 때까지 봉사해야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야구회관 4층 집무실에서 “대한체육회 관리단체 지정이 해제됐으니 협회 정상화와 운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그는 자신을 복장(福將)으로 분류한다. 전무후무한 한국시리즈 10회 우승, 프로야구 감독 역대 최다승(1567승)은 뛰어난 선수들을 만났기에, 운이 좋았기에 이룰 수 있었다는 얘기. 하지만 그는 용장(勇將), 맹장(猛將)으로 불린다. 185㎝·95㎏의 거구에 거칠고 투박한 목소리, 벼랑으로 몰려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뚝심, 선수단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지도력, 그리고 거침없는 돌파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의 살아 있는 전설 김응용(76)은 부산 개성중 1학년 때 배트를 손에 쥔 뒤 80세를 바라보는 지금까지 60년이 넘도록 야구인생 외길을 걸어왔다. 야구를 시작한 뒤 2014년 프로야구 한화 감독을 그만둘 때까지 단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출중한 지도력을 갖춘 그를 방치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해태, 삼성의 감독을 거쳐 경기인 출신 첫 프로야구단 사장(삼성)을 지냈고 다시 한화 감독을 맡았다. 한화의 지휘봉을 내려놓을 때까지 그는 늘 뉴스메이커였다. 이겨도, 져도 그에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한화 사령탑을 끝으로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타고난 승부사, 카리스마의 결정체 김응용이 컴백했다. 그런데 돌아온 곳은 더그아웃이 아니다.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야구회관 4층에 자리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그의 새 보금자리. 지난해 11월 30일 치러진 초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선거에서 승리한 뒤 이곳에 마련된 집무실로 출퇴근하고 있다.

현역 시절 코끼리 감독으로 불렸던 김응용 회장은 이젠 구원투수에 비유된다. (구)대한야구협회는 지난해 3월 25일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로 지정되는 수모를 겪었다.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업무를 체육회가 관리한다. 자율성을 잃는 셈. 잦은 집행부 교체 및 협회 내 분쟁, 재정 악화 등이 관리단체 지정의 이유였다. 특히 고소·고발전이 난무하는 등 야구협회 내에서, 야구인 사이에서 불신과 불협화음이 커졌다. 1946년 창설(당시 조선야구협회)된 뒤 최악의 상황. 지난해 회장 선거는 좌초한 배를 구할 선장을 뽑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고, 김응용 후보는 선거인단 127명의 투표 중 85표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위기 극복, 변화와 개혁, 통합과 화해를 위해선 현장과 행정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 한국야구의 현실을 훤히 꿰고 있으며, 탁월한 추진력을 지닌 김응용이 필요하다고 선거인단은 판단했다. 선택은 옳았다. 체육회는 지난 16일 야구협회의 관리단체 지정을 해제하며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제 소프트볼, 생활체육과의 실질적인 통합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4년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이끌 김응용 회장을 17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직원들이 가져온 결재 서류를 꼼꼼하게 훑어보고, 서명하느라 인터뷰가 중간중간 끊겼다.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시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다며 양해를 구하고,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볼펜을 든 채 꼼꼼하게 서류를 체크하는 모습은 ‘코끼리 감독’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먼저 회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 계기를 묻고 싶습니다.

“내 나이가 곧 여든이 되잖아요. 내가 뭔 욕심이 있겠어. 한화 감독 그만두고 완전히 은퇴했는데, 후배들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선거에 나가라는 거예요. 복잡한 일이 있으니, 선배님이 오셔야 한다길래 그러자고 했어요. 한평생 야구에 몸담았잖아요. 중학교 1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고, 41세 때 프로(해태) 감독을 맡아 쭉 지도자 생활을 했고, 프로구단 사장까지 지냈어요. 그동안 복을 많이 받았으니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후배들의 권유를 받아들였어요. 한평생 야구로 돈 벌었으니 죽을 때까지 봉사해야죠. 그런데 쉽지 않네. 프로 감독이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줄 알았는데, 여기 와서 보니 더 힘든 직업(협회장)이 있더라고.”

―승부를 가리는 것보다 협회 행정이 더 어렵다는 말로 들립니다.

“산을 넘으니 또 산이에요. 일단 체육회 관리단체에서 벗어나 급한 불은 끈 셈이지만 소프트볼, 생활체육과의 통합이 남았으니. 게다가 인프라 구축, 저변 확대, 경쟁력 강화 등등 할 일이 넘쳐요. 가장 중요한 건 인사겠죠. 협회장이 (업무를) 다 파악하고, 일일이 지시할 순 없잖아요.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기 위해선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가 정답이에요. 삼성 사장 시절에 그랬어요. 능력 있는 직원을 데려다 놓고 믿고 맡겼죠. 다행히 전문성, 행정력, 청렴성을 갖춘 집행부를 구성했어요. 역량 있는 분들이니 곧 실력을 발휘하고, 그러면 대화합과 통합은 탄력을 받게 될 겁니다. 그때 가면 한숨 돌릴 수 있으려나.”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취임식이 열린다는 얘기는 아직 없습니다.

“취임식? 이미 했어요. 시무식할 때 (취임식을) 같이 했거든. 협회 직원들하고 불고기 파티를 했어요. 요즘 시국이 시국인 만큼 간단히 했어요. 내부적으론 관리단체 지정이 해제되지도 않았잖아요. 그리고 뭐 그렇게 요란 떨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일이 중요한 거지, 행사가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직원들도 좋아하더군요.”

김응용 회장은 선거 과정에서 고교팀과 대학팀 창단을 꾀하고, 주말 리그 개최와 진행 방식을 개선하며, 전용구장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또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 획득 등 스포츠 외교와 국제 위상을 강화하고, 순회 교육 프로그램 확대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번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끝까지 밀어붙이고, 약속한 건 반드시 지켜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공약을 지키기 위해 벌써 동분서주하고 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학교 팀 창단을 위해 달려갔다. 그런데 보기 좋게 거절당했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일본은 고교야구팀이 4000곳에 이르지만, 우리는 60곳에 불과합니다. 토대 강화를 위해선 팀이 늘어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 그래도 벌써 인구 100만 명이 넘지만 고교야구팀이 1개도 없는 도시에 갔었어요. 한 고교를 찾아갔죠. 시장이 운동장 지어주겠다, 체육관 지어주겠다, 후원회장까지 맡겠다고 약속했는데 교장이 야구팀 창단은 안 되겠다는 거예요. 이런저런 이유를 댔지만, 야구선수를 무슨 괴물로 여기는 것 같더군요. 운동(야구)하면, 사고 치고 공부 안 한다는 선입견을 품고 있으니 참 어렵네요. 요즘 운동하는 친구들은 공부도 곧잘 합니다. 중간 이상이고 반에서 1, 2등 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일단 그 학교는 무산됐지만, 다른 곳으로 또 뛰어갈 겁니다. 나 잘 뛰어요. 삼성 사장 시절에도 홍보를 위해, 관중 유치를 위해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돌아다녔거든.”

―예전에도 운동선수는 사고뭉치로 비쳤나요.

“중학교 1학년 때 야구부에 들어갔는데, 야구부 감독이 도덕 선생님인 줄 알았어요. 그분이 항상 ‘야구를 왜 하는지 아느냐. 야구는 인간이 되려고,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하는 것이야’라고 말씀하셨거든. 선배들도 ‘나쁜 짓 하지 마라, 담배 피우면 뼈 녹는다’면서 달래고 겁주곤 했었지. 그래서 나 아직도 담배 안 피워요. 공부 잘하고, 운동 잘하는 것보다 사람이 먼저 돼야죠. 그런데 요즘엔 교실에선 공부만 가르치고, 야구장에선 야구만 가르쳐.”

―학교체육 현장에서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뜻인가요.

“물론이에요. 야구만 가르치면 정말로 괴물이 되거든. 불미스러운 일이 자꾸 벌어지는 것도 인성교육이 부족한 탓이에요. 승부조작 보세요. 죄의식 없이 저질러요. 누가 ‘야, 너 참 잘한다. 술 한잔 사줄게’라고 접근하면 따라가고, ‘내일 1번 타자에게 볼넷 내주고 더블 플레이할 수 있지’라는 요구를 받곤 그대로 하는 거예요. 이런 게 얼마나 나쁜 짓인지 몰라서 그래. 그래서 승부조작에 걸려드는 거예요. 야구만 가르치니 뭐가 나쁜 짓인지를 모르는 거죠. (인성) 교육은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성적 올리고, 프로에 진출시키는 데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인성교육은 안중에도 없는 거죠. (교육과 관련된) 규칙은 다 정비돼 있어요. (규칙을) 잘 지키도록 유도하면 인성교육 강화는 자연스레 이뤄질 겁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즉 프로야구는 야구의 종주국 미국의 메이저리그처럼 독립적으로 출범(1982년)했다. 야구 국가대항전인 프리미어 12,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축으로 각국의 프로리그가 운영주체다. 축구는 종주국 영국의 조직체계를 따르는데 야구와는 정반대다. 잉글랜드축구협회 아래 잉글랜드 프로축구가 있기에, 대한축구협회 산하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있다. 김응용 회장에 앞서 대한야구협회를 이끌었던 전임 회장 3명은 모두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중 야구협회가 KBO보다 상위 조직이라고 오해한 인사가 있었고, 그래서 KBO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지기도 했다. 김 회장은 양해영 KBO 사무총장을 협회 부회장으로 인선했다. KBO가 부회장직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협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유기적인 협력 체제를 굳히겠다는 뜻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응용 회장이 집무실에 진열된 트로피 중 가장 큰 것을 손에 쥐면서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협회와 KBO 사이에 비구름이 걷히고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협회와 KBO가) 멀어질 이유가 없는데, 왜 멀어졌는지…. 삼성 사장일 때 KBO 이사회에 참석하면 매번 아마추어가 잘돼야 한다고 얘기했었어요. 아마추어 육성 방안을 놓고 회의하고 고민했었죠. 앞서 얘기했듯이 아마추어는 프로의 젖줄이고, 또 프로가 잘돼야 아마추어가 사는 법입니다. 아마추어 따로, 프로 따로는 있을 수 없어요. 양해영 KBO 사무총장을 협회 부회장으로 인선했으니 앞으로 KBO와는 24시간 협력 체제를 가동할 수 있습니다. 아마추어를 육성하려면 특히 어릴 적에 혹사당해 사라지는 안타까운 일은 없어져야 합니다. 어린 나이에 지나치게 많은 공을 던져 어깨를 다친다든지 하는 그런. 프로의 꿈을 이루고,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어린 선수들을 보호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겁니다.”

―최근 염경엽 SK 단장 등 경기인 출신 프로구단 고위 임원이 잇따라 배출됐습니다. 10개 구단 중 경기인 출신 단장이 5명이나 됩니다. 경기인 출신 첫 프로구단 사장인 김 회장께서 물꼬를 텄다고 볼 수 있는데,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계속되지 않을까요.

“꼭 경기인 출신이어야 된다는 건 아니고, 야구를 아는 사람이 구단 운영에 참여하는 게 바람직스럽습니다. 특히 단장은 야구를 모르면 안 돼요. 단장은 감독보다 야구를 더 잘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사장보다 단장의 역할이 더 큽니다. 선수를 뽑고 내보내고 하는 걸 다 단장이 하잖아요. 팀을 강하게 만드는 건 단장의 힘이고 단장의 역량에 달린 겁니다. 경기인이 아니더라도 야구기자 30∼40년 경력자라든지 야구에 종사하고 야구의 생리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단장을 맡아야 합니다. 후배들이 단장이라는 막중한 직책을 맡았으니 축하하고, 그 직분을 잘 수행하길 바랍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단장을 꼭 하고 싶다는 얘기 같습니다.

“그런 건 아니고, 프로야구 선수는 한번 해보고 싶네요. 선수 생활을 아마추어밖에 못한 게 진짜 한이 되거든요. 일본하고 게임하면 일본 선수가 참 부러웠어요. ‘너 계약했어?’ ‘프로에 가니 이래서 좋더라’라고 주고받는 말이 귓전을 때리는 거예요. (1962년) 백인천이 일본 프로야구에 간다는데 정말 부러운 거예요. 요즘엔 또 (FA 계약으로) 100억 원도 터트리고, 메이저리그도 가잖아요. 우리는 은퇴한 뒤에 프로야구가 생겼으니….”

한 번 하기도 힘들다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김 회장은 10차례나 차지했다. 해태에서 9번, 삼성에서 1번 정상에 올랐다. 프로야구 원년 당시 6개 구단 체제에서 4위(38승 42패)에 그쳤던 해태를 맡아 이듬해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2000년까지 18년간 해태 사령탑으로 있으며 절반인 9회 우승을 일궜다. 우승 제조기, 우승 청부사란 극찬이 따라붙은 건 당연한 일. 2001년 삼성 감독으로 옮기고 이듬해 한국시리즈에서 승리해 삼성의 21년 한을 풀었다. 하지만 ‘말년’에 시련을 겪었다. 2012년 한화 사령탑으로 기용됐지만,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더 많았다.

―한화에선 우승이 없습니다. 특히 한화 감독으로 ‘데뷔’한 뒤 13경기 만에야 승리를 거뒀었죠.

“(2013년 시즌 개막과 함께 13번 내리 지는데) 정말 미치겠더라고. 페넌트 레이스는 한 번 지더라도 한 번 이기면 5할 승률을 맞추잖아요. 지더라도 다음 날 이기면 (마음이) 풀리는데 이건 계속 패하니…. 아이고, 도살장 나가는 소가 된 듯한 기분이었어요. 야구장에 나가면 ‘또 지는구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으니. (초반에 대량 실점한 탓에) 감독으로서 사인 한 번도 못 내고 진 게임이 많아요. 하지만 그때 야구를 진짜로 깨쳤어요. 1승을 위해 참 많은 공을 들이면서 승리의 소중함을 절감했죠. 아주 좋은 경험이었고 동고동락했던 코치진,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전하고 싶네요.”

김 회장은 지난 2004년 시즌을 마친 뒤 지휘봉을 내려놓고 삼성 사장으로 취임했다. 경기인 출신 1호 프로야구단 사장. 취임 직후 양복과 넥타이 차림의 그와 강남 뱅뱅사거리 인근에서 함께 식사한 적이 있다. 맥주병을 들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술잔을 채우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녀와 집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가장으로서의 고충도 털어놓았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애쓰는 그를 보면서 당시 ‘사람이 변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감독 시절엔 취재진의 질문에 무뚝뚝한 표정으로 일관하며 ‘그렇죠, 아뇨’라는 단답을 내놓아 해석하느라 진땀을 흘리게 했지만, 사장이 된 뒤엔 확 달라졌다. 이젠 협회장이 됐으니 또 달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회장직을 맡게 됐으니 다시 한 번 변화하지 않을까요.

“변한다기보다는, 언행을 그 직분에 맞춰야겠죠. 감독 시절엔 게임만 신경 쓰면 됐지만, 사장이 되니 그게 아니더군요. 사장이 된 뒤 야구장으로 구경 오시라고 동장부터 군 사단장까지 만나지 않았던 사람이 없었어요. 그 덕분에 홈경기 관중이 배 가까이로 늘어났어요(2004년 총 19만5872명에서 2005년 36만386명). 군 단위는 물론 울릉도까지 갔었으니. 그러면서 말솜씨가 좀 늘긴 했어요. 협회장도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자리겠지. 감독과 사장은 승리, 우승이 목표지만 협회장은 화합과 중재를 도모해야 합니다. 아마야구, 소프트볼, 그리고 생활체육을 위해 제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겁니다. 여러 사람 이야기를 경청하고, 관찰하고, 설득하면서 새로 출범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안착하는 데 밑거름이 될 작정입니다. 그런데 야구인 출신 회장이 돼 걱정이 많아요. 욕이나 얻어먹지 않아야 하는데 말이에요.”

―74세인 김성근 한화 감독은 여전히 현역입니다. 김응용이란 이름과 감독은 동의어라고 볼 수 있는데, 다시 기회가 온다면 사령탑을 맡을 의향이 있나요.

“아이고, 그런 말 말아요. (감독직에) 아주 학을 뗐어요. 감독이란 게 재밌겠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아주 죽겠더라고 죽겠어. 물론 더그아웃에 앉아 있을 땐 이런 말 안 했지.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었죠. 해태에선 선동열, 이종범 등 좋은 선수들 만났으니. 삼성에서도 우승했고. 참, 해태 감독이었을 시절엔 한국시리즈에서 지면 무조건 경질됐어요. 내가 다른 감독들 목 많이 잘랐지. 그땐 지면 잘렸으니.”

인터뷰 = 이준호 체육부장 jhlee@munhwa.com
정리 =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