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드라마로… ‘응팔’ 쌍문동 친구들, 잘도 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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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몇몇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tvN 드라마 ‘도깨비’가 화두가 되곤 한다. 하지만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려보면 이런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는 tvN ‘응답하라 1988’(응팔)의 몫이었다. 지난해 1월 16일 방송된 마지막 회는 18.8%로 도깨비 전 역대 케이블채널 드라마 최고 기록을 쓰며 지상파에 몰두하던 시대가 지났음을 웅변했다.

응팔이 시작할 때만 해도 성공 여부를 두고 “과연 이번에도?”라는 물음표가 달렸다. 앞선 시리즈가 워낙 큰 성공을 거뒀고, 응팔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류준열, 혜리, 고경표, 박보검, 이동휘, 안재홍 등은 검증되지 않은 신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우였다. 1988년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이들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로 ‘쌍팔년도’ 쌍문동의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과연 그 골목을 뛰놀던 쌍문동 아이들은 어떻게 자랐을까?


◇스크린을 주름잡다

설 연휴 극장가는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과 ‘공조’(감독 김성훈)의 양강 구도다. 그리고 두 영화에는 쌍문동 친구가 각각 한 명씩 자리 잡고 있다. 더 킹에서는 류준열이 주인공 태수(조인성)의 친구이자 조직폭력배 들개파의 2인자 두일 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응팔에서 무심한 척 좋아하는 여성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던 류준열은 이 영화에서 비릿한 수컷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특히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와 몸을 휘감은 문신만으로도 주변 공기를 차갑게 식힐 만큼 묵직한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그 결과 더 킹은 개봉 첫 주 2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이에 맞서는 이동휘는 공조에서 탈북한 밀수 브로커 박명호 역을 맡았다. 그는 북한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며 북한군 특수부대 출신다운 날렵한 동작으로 고난도 액션 연기도 소화했다.

류준열과 일전을 치른 이동휘는 2월에는 응팔에서 류준열의 형인 정봉 역을 맡았던 배우 안재홍과 자웅을 겨룬다. 안재홍이 주연을 맡은 영화 ‘조작된 도시’(감독 박광현)가 9일 포문을 열고, 이동휘는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소재로 다룬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으로 16일 응수한다.


◇드라마 ‘섭외 1순위’로 떠오르다

쌍문동 친구들의 활약은 영화를 넘어 드라마로도 이어진다. 응팔에서 덕선(혜리)의 사랑을 쟁취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던 바둑기사 최택을 연기한 배우 박보검은 지난해 방송된 KBS 2TV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이미 전작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에서 왕세자 이영 역을 맡아 사극 연기도 무리 없이 소화하며 연기력도 재차 인정받았다.

올해 제작되는 숱한 드라마와 영화의 출연 제안을 받고 있는 박보검은 당분간 CF 촬영 등 개인 일정을 진행하며 신중하게 차기작을 고를 계획이다.

최택의 아버지가 선우 엄마와 재혼을 하면서 최택과 한 가족이 됐던 선우를 연기한 배우 고경표 역시 드라마 시장에서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방송된 SBS ‘질투의 화신’에서 따뜻한 감성과 배려가 돋보이는 재벌 3세 고정원 역을 맡아 뭇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 드라마 속에서 사랑하는 여성은 친구에게 빼앗겼지만 시청자들의 마음만큼은 쟁취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다시 걸그룹으로 돌아오다

첫 연기 도전에서 덕선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은 혜리는 지난해 SBS ‘딴따라’의 여주인공 자리를 꿰차며 광폭 행보를 보였다. 광고시장까지 섭렵하며 ‘CF퀸’으로 등극한 혜리는 올해 ‘배우 혜리’가 아닌 ‘걸스데이 혜리’로 대중과 만날 채비를 갖췄다.

약 2년 만에 활동을 재개하는 걸스데이는 당초 1월 말 컴백할 예정이었으나 설 연휴가 지나고 2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여전히 여러 작품의 러브콜을 받고 있어 하반기에는 또 다른 배역으로 대중 곁으로 돌아오는 혜리를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응팔이 시작될 때만 해도 별다른 기대치가 없던 신인들이었지만, 이제는 한 자리에 모으는 것조차 어려운 스타로 성장한 쌍문동 친구들. 과연 그들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볼까?

류준열은 “같은 작품에서 만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서로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응원의 메시지를 주고받곤 한다”며 “서로에 대한 끈끈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언젠가 다시 만나면 ‘드디어 너랑 다시 하는구나’라고 반갑게 말할 것 같다”고 전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