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나랏돈 써서 일자리 만들겠다”…‘곳간’ 채울 고민없는 韓

  • 문화일보
  • 입력 2017-01-2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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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 ‘성장’ 실종 생색정책

국정 최우선과제 美와 같지만
韓은 정부예산 쓸 생각만 몰두

美 규제폐지 등 ‘기업 살리기’
우린 여야 모두 ‘기업 때리기’

표심용 反기업 정책들 쏟아져
공약 현실화땐 국가빚만 급등


‘목표는 비슷해 보이지만 방법은 정반대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신임 미국 대통령의 국정 기조가 공개되면서 미국과 한국 모두 ‘일자리 창출’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천 방안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선 주자들이 곳간(국가 재정)을 채울 구상보다는 비울 생각에만 골몰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2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린 ‘일자리 회복 및 성장(Bringing Back Jobs And Growth)’ 등 6대 국정 기조를 통해 향후 10년 동안 2500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성장 촉진 정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법인세 인하, 소득세 부담완화 등 ‘감세 정책’과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트럼프는 “2015년 한 해에만 연방 규제가 미국 경제에 2조 달러 이상의 비용을 쓰도록 만들었다”고 명시할 만큼 ‘강력한 규제 혁파론자’다. 트럼프가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린 6대 국정 기조를 꼼꼼히 살펴보면 트럼프에게는 외교, 통상, 군사 등의 정책도 일자리 확대와 미국 경제성장을 위해 결정된 게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대권 주자들의 경우 ‘국민 세금인 예산을 쓰겠다’는 것 외에는 변변한 경제 공약이라고 내세울 만한 게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성장 전략에 대해서는 ‘소득주도 성장’(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정 성장’(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공유적 시장경제’(남경필 경기지사) 등 모호한 슬로건만 내놓았을 뿐 내용에 대해서는 “본인조차 잘 알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기업 기(氣) 살리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국내에서는 ‘대기업(재벌) 때리기’가 한창이다. 대기업의 잘못된 경영방식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는 고쳐야겠지만, 대기업과 재벌만 때리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경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 ‘신앙’처럼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많은 대권 주자가 예산을 물 쓰듯 하겠다고 주장하면서 국가 재정을 메울 방안으로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내놓는 것이 법인세 인상 등 증세다. 그러나 ‘법인세 등을 인상한다고 해서 세수가 더 걷힐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인세를 인상해도 기업이 높은 세 부담을 피해 해외로 사업장을 옮겨버릴 경우 세수가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권 주자 대부분이 단 하루도 기업체에 근무한 적이 없고, 경제 문제에 대한 식견도 부족해 당선되면 한자리 차지하려고 주변에 몰려든 경제 참모들의 ‘표심(票心)용 정책’이나 ‘설익은 구상’에 놀아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내놓고 있는 대권 주자들의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차기 정부에서 국가 채무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 대권 주자들의 공약이 자세히 제시되지 않아 정확한 계산은 어렵지만, 현재 나와 있는 공약이 현실화할 때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602조5000억 원인 중앙정부 채무가 차기 정부 말에는 1000조 원 안팎까지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정보기술(IT) 금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연간 설비투자 140조 원의 90%를 대기업에서 만들고 있는데, 대기업과 재벌 개혁만 하면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길 것이라는 논리가 말이 되느냐”며 “표만 좇는 근시안적 생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해동·박준우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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