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전세계가 트럼프 대비… 우린 탄핵정국에 제자리”

경제연구원장들 제언

“韓·中·멕시코가 주요타깃
기업 비리집단 몰기 끝내고
경제활동에 전념토록 해야”

경제연구원장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 방향은 타국이 얻은 이익을 빼앗아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제로섬(zero-sum) 게임’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서비스 분야 추가 개방을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한·미 FTA가 미국에도 유리한 ‘윈윈 게임’이라는 점을 설득하는 한편, 한·미 경제관계의 틀을 합작투자나 기술협력 등으로 한 단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을 ‘비리집단’으로 취급하는 현 상황을 조속히 정리하고 경제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23일 “경제학에서 무역은 기본적으로 ‘플러스 섬(plus-sum) 게임’이지만 트럼프 정부의 기본정책은 한마디로 제로섬 게임”이라며 “미국이 그간 손해 본 만큼 게워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 원장은 “우리로서는 경제 문제는 경제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미 FTA 발효 5년간 미국도 한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는 등 이득을 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효과를 설명하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셰일가스 구매 등의 제스처를 적극적으로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미국이 제조업 신장과 고용을 늘리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에 강압적으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국, 멕시코, 한국이 타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유 원장은 “한·미 FTA도 예외는 아니며 자동차 안전성, 정보통신 특허권 등을 문제 삼을 수 있고 서비스 분야 개방을 더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한·미 FTA 조항 개정에 대비해 방어논리를 만들고 근본적으로 합작투자, 기술협력 등으로 한·미 경제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높이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사를 보면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고 자국 우선주의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나라 역시 중간에 끼여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정상 또는 장관급 외교를 통해 트럼프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 우리가 미국에 유리한 존재이고 경제적으로 이득을 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최근 해외에 나가보니 일본, 이스라엘, 영국 등의 민간기업 대표 단체들이 세계 경제동향을 파악하고 미국의 분위기를 읽고 있었다”며 “전 세계가 트럼프 정부 출범과 4차 산업혁명에 맞춰 방향을 틀고 있는데 우리는 ‘탄핵정국’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치권 역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업들을 옥죄는 정책만 내놓고 있어 걱정스럽다”며 “기업들을 비리집단으로 만드는 상황을 속히 정리하고 경제에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박정민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