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개헌·反패권 고리 ‘빅텐트’…文겨냥 ‘보수대연합’ 시도

김종인과 회동… 공감대 형성
‘경제민주화’ 재부상 가능성도

개헌파 vs 호헌파 대결구도 땐
文 고립시킬 수 있는 승부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동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항하기 위한 보수 대연합을 추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개헌과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 청산을 매개로 지리멸렬한 보수층을 결합하면서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제3지대 ‘빅텐트론’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반 전 총장이 노태우정부의 경제수석으로 대구·경북(TK) 지역 보수 세력과 교감해온 김 전 대표와의 연대로 충청과 TK, 부산·경남·울산(PK) 세력을 아우르는 지역적 통합도 성사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반 전 총장 측 인사는 23일 통화에서 “반 전 총장과 김 전 대표의 가장 큰 공통점은 대통령 임기 단축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개헌하겠다는 의지”라며 “문 전 민주당 대표는 민주연구원의 소위 개헌저지보고서에서도 보듯 집권만 하면 경제 상황 등을 이유로 개헌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 전 총장과 김 전 대표는 지난 21일 회동에서도 개헌을 비롯한 정치 전반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문 캠프의 핵심 참모는 이날 회동에 대해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과 김 전 대표는 모두 3년 임기 개헌을 앞세워 21대 국회와 제7 공화국이 동시 출범하는 방향에 공감하고 있다. 이번 대선 판도가 ‘개헌파 대 호헌파’의 구도로 새로 짜이면,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선 후보들이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개헌파에 설 가능성이 커진다. 반 전 총장이 충청도라는 지역 틀을 뛰어넘어 충청과 영호남의 통합을 꾀하기 위해서라도 김 전 대표의 연대는 필수적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반 전 총장과 김 전 대표의 연대로 이번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핵심 화두가 재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반 전 총장은 설 연휴를 전후로 손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도 만나 개헌과 정치개혁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히고 연대를 제안할 방침이다.

반 전 총장은 지난 주말 KBS ‘대선주자에게 듣는다’ 토론회와 25일 관훈토론회를 앞두고 자신의 마포 사무실에서 각계 전문가 30여 명과 함께 정치·경제·사회 현안에 대한 입장을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오준 전 유엔대사, 심윤조 전 국회의원,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신경수 전 주미 국방무관,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이각범·이창양 카이스트 교수, 이종천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김윤희·박세희 기자 worm@munhwa.com